고이즈미 "신사참배 시기보고 판단"

  • 입력 2002년 3월 19일 19시 05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1일부터 2박3일간의 한국방문을 앞두고 19일 오후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한일 교류 확대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싶다”며 “한일 경제제휴협정을 목표로 인적교류와 경제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역사교과서 문제에서는 즉답을 회피했다. 다음은 모두발언과 일문일답 요지.

▽모두발언〓지난해부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나 대단히 솔직한 대화를 나눠 신뢰관계가 생겼다. 한국은 두 번째 방문이지만 김 대통령과는 이미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나 동남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회의에서 옆자리에서 몇 번 만났다. 김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위대한 인물의 한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할 계획인가.

“시기를 보고 판단하겠다. 작년부터 표면적인 마찰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젊은 세대의 교류가 이처럼 활발한 적은 없었다. 현실적인 우호관계를 막을 수는 없다.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에는 1년에 1만명이 왕래했지만 작년에는 하루 1만명, 연간 360만명이 왕래하고 있으며 모든 분야에서 교류가 확산되고 있다.”

-4월에 발족하는 한일역사공동연구회의 연구결과를 교과서에 어떻게 반영할 생각인가.

“지금까지 일한 교류의 깊이를 고려해 양국간 우호의 중요성을 서로 이해하도록 하겠다. 우린 몇백년 전 훌륭한 한국의 문화 기술을 도입해 발전시켰다. 인적교류도 선조 대대로 활발했다. 의견의 상이점을 그대로 다루되 그것이 대립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어느 나라건 과거 대립이 없었던 적은 없다. 일본도 60년 전 미국과 영국을 적대국으로 해 싸웠으나 지금은 미국이 최대의 우호국이 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어떤 인물로 보는가. 머지 않아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테러에 대한 강한 결의를 표명한 것이지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의 문을 연 것은 미국이고 오히려 닫은 것이 북한이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나로서는 북한과의 교섭에서 납치 문제 등 어려움이 많다고 생각한다. (납치 문제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도 북한은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국교정상화 교섭에서 이를 미룰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미국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교섭을 추진하겠다. 김 위원장은 만난 적이 없어 어떤 인물인지 모른다. 다만 대화하기 어려운 인물이고 교섭하기 까다로운 정권이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일본은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정치 경제 안보 측면에서 아시아 내 지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면 중국은 급부상하고 있는데….

“고이즈미 내각의 최대 사명은 경제회복이다. 일본 경제발전과 안정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도 바람직하다. 작년 10월 동남아 5개국을 방문했을 때 각국 수뇌로부터 일본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은 구조개혁을 단행해 경제성장을 꾀했다. 일본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등) 경제제휴협정을 목표로 인적교류나 경제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하겠다.이것은 ASEAN+3에서도 가능성이 높다. 한일 양국간 연대의 중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일본 1억2000만명, 한국 5000만명을 합치면 1억7000만명의 경제력을 갖게 된다. 이는 양국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매력 있는 시장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모든 면에서 교류를 확대해 나가고 싶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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