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물어보면 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나 그 섹시함은 정우성이 지금껏 영화나 광고속에서 구현해온 ‘섹시가이’로서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군살없는 맨 몸을 야성적으로 드러내거나 터프한 동작으로 박력을 과시하는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단정히 맨 넥타이와 수트로 자신의 섹시함을 억누른다.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황원미씨가 2001년 제출한 석사논문 ‘광고에 표현된 남성상의 변화’(이화여대 정책대학원)에 따르면 남성의 성적인 면을 강조한 소비재 광고의 수는 1989년 전체광고의 2.3%에서 2000년 11%로 늘어났다.
양적 확대만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다. 금강기획의 곽기홍 차장은 “상대를 배려하는 부드러움이 섹스어필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 최근의 경향”이라며 “마초맨적 섹시함에서 여성적 섹시함으로 섹시함의 코드가 바뀌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의 ‘보닌’ 화장품 광고에서는 장동건이 상대 여성의 관음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상으로 등장한다. 매일 같은 시간 테이크아웃 커피숍에서 카푸치노를 시키는 장동건을 시간 맞춰 기다리는 여성에게 장동건은 다 알고 있다는 듯 눈을 맞춰주며 미소를 던진다. 디지털카메라가 달린 ‘스카이’의 휴대전화기 광고에서는 연상으로 보이는 여성이 ‘미소년’을 골목 안으로 유인해 카메라에 남성의 모습을 담는다. 미소년은 뒷걸음질 치면서 약간은 위축되고 수줍은 표정을 짓지만 여성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한다.
삼성카드 광고 속 아내 고소영의 독백, “여자를 사랑할 줄도 알고요”는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한 대사다.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에서 멜 깁슨이 보여준 것처럼 광고 속 정우성은 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여자의 욕구를 채워준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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