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의 명예를 걸어라

  • 입력 2002년 3월 22일 18시 02분


차정일(車正一) 특검팀은 대통령과 검찰총장 등 고위층의 친인척이 관련된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룩했다. 길지 않은 기간에 자칫 묻혀버릴 뻔했던 대형 비리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개인 사업에 온갖 국가기관을 동원한 대통령의 처조카를 구속했고 검찰총장 동생과 대통령 집사의 불법 로비를 밝혀냈다.

마침내 특검의 수사가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했다. 검찰총장은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특검으로 넘어가자마자 동생이 구속되는 범죄 혐의가 발견돼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허술하고 봐주기로 일관했는가를 보여주었다.

정치 권력과 검찰의 관계에도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내 식구’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면 정치 권력이 조심하는 도리밖에 없다.

검찰도 권력과 결탁해 축소하고 은폐하는 수사를 하기 어렵게 됐다. 특검이 발동되면 이번처럼 검찰이 했던 수사를 모두 재검증 받아야 하는 판이니 중요 범죄 피의자를 전화 한 통화 받고 풀어주는 일 따위는 하지 못할 것이다.

특검팀이 이용호(李容湖)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못 볼 것’이 나왔지만 법에 정한 시한과 수사 범위 때문에 충분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용호씨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파고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준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도 마무리짓지 못했다. 자세한 전화통화 기록이 나왔으므로 시간 여유를 갖고 수사하면 범죄 피의자들에게 증거인멸할 기회를 제공한 검찰 간부가 누구인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미완의 수사를 포함한 모든 자료가 특검에서 검찰로 넘어간다. 검찰은 명예를 걸고 ‘못 볼 것’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특별검사가 차정일씨에서 이명재(李明載)씨로 바뀌었다는 자세로 임하면 된다. 이번에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으면 또 특검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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