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음모론의 실상과 허상

  • 입력 2002년 3월 24일 18시 25분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음모론’에 휩싸여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경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도 음모론의 실체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인제(李仁濟) 후보측이 노무현(盧武鉉) 후보측을 겨냥해 내놓은 ‘음모론’의 내용을 보면 결국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이른바 김심(金心)이 노 후보 쪽에 있고 또 그 배경에는 엄청난 정계개편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근대적 작태인 밀실정치 파당정치의 요소가 바로 정치 음모다. 국민이 민주당의 경선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음모론’을 주시하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부작용과 폐해 때문이다. 정말 어느 세력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정계개편을 하려 한다면 장막 뒤에서 ‘꼼수’나 쓰고 있을 게 아니라 떳떳하게 내놓고 해야 한다. 누구든 아직도 권위주의 시대나 통했던 ‘음모론’적 습성에 젖어 있다면 정치발전이나 정계개편은 논할 자격조차 없다.

따라서 ‘음모론’이 조금이라도 근거를 갖고 있다면 그런 의심을 받고 있는 노 후보측이 스스로 실상을 밝혀야 당연하다. 그것이 민주당 경선을 건전하게 유도하는 길이고 궁극적으로 정치 발전을 위하는 길이다. 노 후보 자신도 정계개편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진정으로 그런 뜻을 갖고 있다면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과 동참 세력을 공개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노 후보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음모론’의 ‘그늘’에서 빨리 벗어나는 게 좋다.

‘음모론’을 제기한 이 후보측의 책임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음모론’의 정황이나 의혹만 부풀릴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증빙자료를 내놓지 못하면 세(勢) 불리를 느껴 의도적으로 경선을 거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음모론’이 그야말로 실체가 없을 경우다. 그럴 경우 이 후보는 정치판에 설 자격조차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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