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한국 시간) 로스앤젤레스 코닥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1927년 아카데미 영화제가 시작된 후 74년만에 처음으로 흑인 여배우인 할 베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덴젤 워싱턴이 시드니 포에티에가 1963년 흑인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해 사상 최초로 남녀 주연상을 모두 흑인 배우가 휩쓸었다.
곁들여 포에티에가 흑인으로는 최초로 평생 공로상까지 차지함으로써 흑인 배우들은 그동안 ‘백인 잔치’였던 아카데미에 맺혔던 오랜 ‘한’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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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우주연상 덴젤 워싱턴 |
지금까지 주, 조연 상을 포함해 흑인 배우가 오스카상을 수상한 것은 불과 6차례. 전체 비율로 치면 겨우 2.2%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 오스카를 거머쥔 흑인 배우는 5년전 ‘제리 맥과이어’로 남우 조연상을 받은 쿠바 구딩 주니어다.
또 지금까지 골든 글로브상 수상자가 대부분 아카데미상도 수상해 왔던 전례를 깨고 이번 시상식에서는 골든 글로브의 남녀 주연상을 받았던 러셀 크로와 시시 스페이섹이 모두 수상에 실패, 흑인에 대한 ‘인종적 배려’이자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흑인 돌풍’ 분위기를 사전에 감지한 듯 올해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작품상 후보를 소개하면서 “15명의 귀족과 하인중 흑인은 단 한명뿐이었다” (‘고스포드 파크’) “호비트족 중에는 흑인은 없었다” (‘반지의 제왕’) 는 등 계속 ‘의미있는 농담’을 던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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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카데미적 영화라는 평가를 받은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는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등 4개 주요 부문을 수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감독이자 배우인 아버지와 여배우 어머니를 둔 전형적인 ‘할리우드 패밀리’ 출신인 하워드 감독은 ‘스플래쉬’ ‘아폴로13’을 연출했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명 감독의 반열에 들게 됐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아름다운 실화의 주인공 존 내시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 고마웠다”고 밝혔다.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반지의 제왕’은 촬영상 등 4개 부문 수상에 그쳐 ‘판타지 영화’에 대해 인색한 아카데미의 취향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올해 처음 신설된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슈렉’이 ‘애니메이션의 명가’인 디즈니의 ‘몬스터 주식회사’를 누르고 첫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부문별 수상자(작품)
▽작품〓뷰티풀 마인드
▽감독〓론 하워드(뷰티풀 마인드)
▽남우주연〓덴젤 워싱턴(트레이닝 데이)
▽여우주연상〓할 베리(몬스터스 볼)
▽여우조연〓제니퍼코넬리(뷰티풀마인드)
▽남우조연〓짐 브로드벤트(아이리스)
▽각본〓줄리안 펠로우즈(고스포드 파크)
▽각색〓아키바골즈만(뷰티풀마인드)
▽분장〓피터 오웬(반지의 제왕)
▽촬영〓앤드루 레즈니(〃)
▽시각효과〓짐 라이겔 외(〃)
▽음악〓하워드 쇼어(〃)
▽음향〓마이클민클러외(블랙호크다운)
▽편집〓피에트로 스칼리아(〃)
▽의상〓캐서린 마틴 외(물랑 루즈)
▽미술〓캐서린 마틴 외(〃)
▽주제가상〓랜디 뉴먼(몬스터 주식회사)
▽최우수 외국어 영화〓노 맨스 랜드
▽음향편집〓크리스토퍼 보이스 외
(진주만)
▽장편 애니메이션〓슈렉
▽단편 애니메이션〓새들을 위하여
▽최우수 단편〓더 어카운턴트
▽최우수 다큐멘터리〓일요일 아침의살인
▽최우수 단편 다큐〓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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