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유명디자이너들 "세계의 유행은 우리 손끝에서…"

  • 입력 2002년 3월 25일 16시 46분


겐조
사람들은 매일 옷을 입고 벗는다. 다른 동물처럼 튼튼한 피부나 털가죽을 갖지 못한 인간의 ‘약점’은 역설적으로 옷을 통해 인간만의 화려한 패션 문화를 꽃피우게 했다.

현대 사회에서 패션은 그 화려함을 돋보이게 해주는 각종 매체를 통해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각국 도시로 퍼져 나간다. 이 패션의 ‘유행’을 만들고 퍼뜨리는 존재들, 패션 산업의 기초자들을 우리는 ‘패션 디자이너’라 부른다.

세계의 패션 시장은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이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큰 위상을 가진다. 그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곳은 단연 프랑스 파리다.

세상에서 단 하나만을 창작해내는 맞춤식 ‘오트쿠튀르’의 지나친 자부심이 이탈리아나 미국의 실용적 합리성에 밀리면서 최근에는 시장을 많이 잃었지만, 아직도 파리는 세계 최고의 패션 도시다.

20세기 초반. 파리는 유럽의 모든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창작의 도시였다. 몽마르트와 몽파르나스는 젊은 예술가들로 넘쳐났다. 그들 주변에는 후원자를 자처한 상류사회 귀족들이 있었고, 신흥 부자인 상공인과 배우들이 화려한 사교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의상실과 패션잡화점이 생겨났다. 1920년대 패션 산업의 기틀을 다진 이들은 장 파투, 랑방, 피에르 발만 등이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눈에 띄는 치장에서 실용성과 편리성이 공존하는 형태로 패션 산업의 주류가 바뀌어 갔다. 디자이너 또는 회사 브랜드의 상표를 붙여 대량 판매하는 ‘프레타 포르테’라는 고급 기성복의 형태도 도입됐다.

전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를 꼽는다면 ‘뉴룩’의 창시자인 크리스찬 디올이다. 47년 발표된 뉴룩은 둥근 어깨, 코르셋으로 강조한 가슴, 가느다란 허리, 길고 화려하게 펼쳐지는 스커트. 전쟁으로 피폐해진 당시 상황에서 고풍스러운 복고스타일은 선풍적인 성공을 거뒀다.

디올의 후계자는 이브 생 로랑. 1960년까지 디올하우스를 계승했으며 마크 보앙, 지안 프랑코 페레가 그 뒤를 이었다. 페레는 건축학을 전공한 이탈리아 디자이너로 ‘구조주의’라는 패션의 장르를 창조했다. 현재는 영국인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존 갈리아노가 디올사의 디자인을 맡고 있다.

크리스찬 디올

패션계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가브리엘 샤넬은 화려함 속에서도 단순함을 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은퇴했다가 71세의 나이에 재기에 성공한 샤넬은 베이지색과 검정색의 구두, 모조 진주와 금 사슬이 달린 긴 목걸이, 머리나 밀짚모자에 매는 검은 리본 등의 스타일을 확립했다.

71년 필립 귀브르제가 샤넬 하우스를 이었고 82년부터 독일 출신의 칼 라거펠트가 샤넬의 스타일을 잇고 있다. 라거펠트는 1세기를 이어온 샤넬 라인에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가미했다.

이브 생 로랑은 20세기 후반 파리 패션계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독보적인 존재다.

크리스찬 디올 밑에서 일하다가 57년 디올이 갑자기 사망하자 21세의 어린 나이에 ‘디올2세’로 지명됐다. 61년 디올사에서 독립해 대담한 색으로 분할되는 ‘몬드리안풍’ 드레스, 누드 룩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샤넬 이후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조화를 이룬 의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귀족 출신인 지방시도 돋보이는 개성을 가진 디자이너로 꼽힌다. ‘파리의 신동’이라 불릴 만큼 탁월한 감각을 지닌 그는 오드리 헵번의 영화 의상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밖에 에마뉘엘 웅가로, 다니엘 에스테 등의 디자이너가 오트쿠튀르와 프레타 포르테를 넘나들며 맹활약했으며 최근에는 크리스찬 라크루와, 장 폴 고티에, 클로드 몽타나 등이 프랑스 디자이너의 맥을 있고 있다.

파리 패션가는 아직도 패션 창조자들의 동경의 장소다. 패션 비즈니스의 대명사 피에르 가르댕과 최고의 디자이너 발렌시아가의 성공의 무대이기도 했고, 일본 디자이너 겐조나 이세이 미야케가 동양의 감성을 서양인에게 입힌 곳도 파리다.

여행용 가방 브랜드였던 루이뷔통이 세계 패션계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기업으로 변신했고, 파리의 방돔 광장에는 세계적인 보석상들이 상류층 고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파리는 예술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패션의 최고 중심지임에 틀림없다.

홍성민 보석 디자이너 Client@jewelbutt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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