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엿보기]“주성아, 제발 형이라고 불러다오”

  • 입력 2002년 3월 25일 17시 19분


올 1월 열린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삼보 유니폼을 입은 김주성(오른쪽)과 포즈를 취한 허재.
올 1월 열린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삼보 유니폼을 입은 김주성(오른쪽)과 포즈를 취한 허재.
올시즌 삼보 엑써스의 플레잉코치로 변신한 ‘농구 천재’ 허재(37)는 올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주성(23)을 뽑자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만세’를 불렀다. 가는 팀마다 우승시킨 자신의 농구인생에서 유일한 오점을 남길뻔 했던 것이 김주성의 가세로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

하지만 허재는 요즘 뜻밖의 난관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바로 김주성과의 호칭문제. 허재는 14살이나 어린 김주성과 첫 만남의 자리에서 자신을 ‘형’으로 불러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김주성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코치님’. 허재가 당장 불호령을 내리자 김주성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최근 그나마 발전한 것이 ‘선생님’을 거쳐 ‘선배님’.

허재로서는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당장 내년 시즌부터 코트에서 함께 뛰기 위해서는 선배라도 밟고 서야 할 배짱이 있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후배가 야속할 뿐이다.

허재가 호칭문제에 이처럼 민감한 것은 자신의 뼈아픈 추억때문. 중앙대 시절 국가대표에 선발돼 실업 선수들과 함께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던 허재는 모 선수에게 ‘형’이라고 불렀다가 욕설과 함께 ‘아저씨’라고 부르라는 핀잔을 들었고 그 일로 그 선수와 거리감이 생긴뒤에는 함께 코트에 서도 패스를 일부러 안했던 기억이 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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