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단구에 말수가 적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법전 스님은 잠을 자지 않는 용맹정진으로 ‘절구통 수좌’로 불린다. 요즘도 오전 3시에 일어나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등산과 맨손체조를 해 남다른 건강을 유지한다. 점심공양 후에는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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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또 한겨울에 찬밥과 김치조각으로 허기만 달래며 씻지도 않고 청소도 하지 않는 3개월 이상의 두문불출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고자 했다. 성철 스님이 법전 스님의 깨우침을 확인한 뒤 득도를 의미하는 “‘파참재(罷參齋)’ 떡을 오늘 해주겠다”고 했으나 사양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자신을 낮춘다.
법전 스님을 말할 때 한국 불교 개혁의 선풍을 일으킨 ‘봉암사 결사’가 빠질 수 없다. 1949년 당시 24세였던 법전 스님은 성철 청담 스님 등이 주도한 이 결사에 막내로 참여해 ‘타사시구자(拖死屍句子)’, 즉 ‘무엇이 너의 송장을 끌고 왔느냐’를 화두로 정진했다.
6·25전쟁이 일어나 봉암사 결사가 해체된 뒤 법전 스님이 51년 경남 통영 안정사에서 수행하던 시절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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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성철 스님이 중국 고승인 영가(永嘉) 스님의 증도가(證道歌)의 첫 구절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君不見)’를 가르치시면서 “이것을 알겠느냐”고 물었다. 법전 스님의 답은 “나한테 그렇게 물으면 등가죽을 차버리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성철 스님은 “머리가 맑구나”라며 다음날 ‘도림(道林)’이라는 법호(法號)를 적어 줘 정식으로 사제의 관계를 맺게 됐다. 이때 인연으로 성철 스님이 입적할 때까지 시봉하며 공부했다. 법전 스님은 성철 스님이 파계사 성전암에서 ‘10년 동구불출(洞口不出)’에 들어갈 때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치기도 했다. 수행을 강조한 법전 스님의 삶은 평소 그가 애송하는 선구(禪句)에서도 엿볼 수 있다.
行亦禪坐亦禪(행역선좌역선·움직이는 것도 참선이요, 앉아 있는 것도 참선이니)
心也佛也都放下(심야불야도방하·마음도 부처도 모두 놓아 버려라)
眼前風月淸淨身(안전풍월청정신·눈앞의 바람과 달이 모두 청정법신이며)
脚下山色是道場(각하산색시도량·발아래 펼쳐진 세계 모두가 바로 도량이구나)
법전 스님은 1985년 해인사로 돌아가 이듬해부터 8년간 주지를 맡았으며 1996년 혜암 스님에 이어 해인사 제7대 방장으로 추대됐고 2000년 10월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으로 선임됐다. 법전 스님의 상좌이자 월간 ‘해인(海印)’의 편집장 원철 스님은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 수행일과를 지키시는 스님은 제자들에게 ‘중노릇 잘하라’, ‘남한테 피해를 주지 말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고 전했다.
법전 스님은 평소 “승려는 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고 수행자의 모든 위상은 수행에서 나온다” “모든 문제는 사람들이 지나친 욕심을 갖는 데서 비롯된다. ‘소욕지족(少欲知足)’의 가르침을 되새겨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법전 스님은 이날 종정에 추대됐지만 인터뷰를 사양한 채 곧바로 해인사로 향했다. 추대법회는 4월 중에 열릴 예정이다. 조계종 종정은 임기 5년에 한번 연임할 수 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 역대 종정 9명중 5명배출…불교계 최고 법맥 확인
8만대장경을 소장하고 있는 법보사찰인 경남 합천 가야산 자락의 해인사(海印寺). 26일 해인 총림 방장인 법전 스님이 제11대 종정으로 추대돼 해인사는 명실상부한 종정 배출의 산실이 됐다.
62년 통합 종단 출범이후 고암(古庵·3, 4대), 성철(性徹·6, 7대), 혜암(慧菴·10대) 종정이 모두 해인사 출신이고,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曉峰) 스님도 해인사에서 주석한 것을 감안하면 역대 조계종 종정 9명 가운데 5명이 해인사와 인연을 맺었다.
2대 청담(靑潭) 스님은 삼각산 도선사, 5대 서옹(西翁)스님은 전남 장성 백양사 고불총림, 8대 서암(西庵)스님은 경북 문경 봉암사, 9대 월하(月下)스님은 경남 양산 통도사에 주석했다.
해인사는 사찰 규모나 스님들의 수에서 다른 사찰들을 압도하고 있고 강원·선원·율원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한국 불교 1번지’로 손색이 없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해인사는 누가 뭐래도 한국 불교계의 손꼽히는 ‘법맥(法脈)’”이라며 “종정을 잇달아 배출해 이번 종정 추대때는 다른 문중의‘견제’도받은것으로안다”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