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후보직 사퇴라는 비장의 카드까지 검토했던 이 후보가 경선에 복귀키로 한 것은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명분을 지켜야 나중에라도 기회가 온다. 새로운 정치실험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현역 의원들의 집중적인 설득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그동안 큰 힘이 돼온 동교동 구파측으로부터 “판을 깨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사가 간접 전달돼온 것도 이 후보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특히 97년 신한국당 경선불복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이 후보로서는 “이번에 또 국민경선을 깰 경우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무겁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경선을 중도포기할 경우 예상되는 비난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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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지역 중 6개 지역 경선에서 52.6%를 득표해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후보가 이처럼 고심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 때문에 경선을 계속해도 들러리 역할밖에는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유철(元裕哲) 의원이 “이 후보는 제주 광주 강원 등에서의 잇따른 석패(惜敗)엔 ‘작전세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 후보는 이날 밤 대책회의를 마친 뒤 서울 강남구 자곡동 자택 앞에 몰려 있던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자택 칩거 이후 처음으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이때부터 이 후보가 마음을 정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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