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 칭찬합시다]최성진/“전관예우로 돈 버는…”

  • 입력 2002년 3월 31일 17시 58분


《동아일보는 올해 신년호부터 우리 사회 등 각 부문의 페어플레이 실태를 점검하는 시리즈를 6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본보는 1일 창간 82주년을 계기로 10회에 걸쳐 ‘페어플레이의 적들’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이 시리즈는 우리 사회의 페어플레이를 해치는 요소들을 ‘적(敵)’으로 규정, 그 실상을 드러내고 해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시리즈의 일부로 ‘페어플레이의 적들’에 맞서 행동하는 페어플레이어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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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어플레이의 적들 <1>



최성진(崔城珍·37) 변호사. 그는 페어플레이어 후보로 인터뷰하자는 제안을 간곡히 사양했다.

“조용히 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이 저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저도 약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다른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실 겁니다.”

99년 7년간의 판사 생활을 접고 전남 목포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그는 개업 직후부터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페어플레이의 ‘적(敵)’으로 꼽히는 법조계 전관예우(前官禮遇)를 거부했다.

전관예우는 갓 개업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법원과 검찰이 공식 변론과는 상관없이 사건을 호의적으로 처리해주는 관행이다.

최 변호사는 가정 형편 때문에 개업을 했지만 정당한 대가가 아닌 전관의 특혜로 돈을 벌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법원에서 멀리 떨어진 허름한 건물에 사무실을 임대했다. 개업 광고도 고향의 지방신문 한 곳에만 냈다.

전관 변호사에게 ‘돈이 되는’ 형사사건도 되도록 맡지 않았다. 판사를 그만둔 지 얼마 안된 그에게 형사사건을 맡기면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며 찾아온 사람들을 대부분 돌려보냈다.

개업한 뒤 1년 동안 그의 형사사건 수임 비율은 10%를 조금 넘었다. 보통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개업 6개월∼1년 동안 맡는 형사사건 비율은 80∼90%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변호사는 지금도 판사시절 타던 쏘나타 승용차를 직접 몰고 다닌다.

그는 판사 재직 시절에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법과 양심에 따른 원칙만 고집했기 때문이다. 1년에 2, 3차례 꼭 가야 하는 공식적인 술자리에만 참석하고 외부 사람도 가려서 만났다.

목포지원장을 하다가 지난달 초 변호사 개업을 한 노영대(魯榮大) 변호사는 “최 변호사가 사건 수임료를 아주 낮춰 받았고 전관예우 등의 관행을 깨면서 형사사건도 가려서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동기로 최 변호사와 15년 전부터 가깝게 지낸 민경한(閔炅翰) 변호사는 “그는 전세보증금 1500만원짜리 연립주택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해 홀로 되신 노모를 대신해 동생들의 학비를 대며 어렵게 생활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사진 촬영도 고사해 결국 자료 사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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