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년뒤 뭘로 먹고사나]코오롱 김재목팀장 인터뷰

  • 입력 2002년 3월 31일 21시 29분


“발상을 전환했더니 없던 시장도 생기더군요.”

김재목(金在穆·43·사진) 코오롱 원사기획팀장은 자칫 실패할 뻔한 코오롱의 ‘초극세사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돌린 주역이다.

코오롱은 1980년대 초반부터 일본 제품을 모방해 초극세사에 도전했으나 실용화에 실패했다. 특허를 확보하기도 했지만 적절하게 투자를 못해 경쟁사의 추격을 허용한 것.

시행착오 끝에 98년에야 값싸고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초극세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실은 원래 씨줄과 날줄이 얽히는 거라는 게 섬유업계의 고정관념이었죠. 그래야 튼튼하거든요. 그런데 그 고정관념을 넘어서 씨줄 또는 날줄로만 짜는 실을 생각해냈죠.”

김 팀장이 내놓은 첫 번째 ‘혁명’이었다. 두 번째는 공정단계를 줄이는 것이었다.

“실을 1차로 뽑으면 섬유업계에서는 이것을 약간 비틀거든요. 천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가연 공정이지요. 이것도 생략했죠.”

워낙 가느다란 실을 쓰다보니 굳이 부풀리지 않아도 부드러운 맛이 생겼던 것.또 기계의 한 구멍에서 나오는 원사의 숫자를 8가닥에서 24가닥으로 크게 늘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세계 최초 ‘경편형 해도형 초극세사’는 일본 업체들의 절반값에 생산됐으며 무스탕, 소파 등에서 가죽을 대체할 만한 재료로 자리잡았다.“처음 양산을 시작한 98,99년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제품이 팔리지도 않았고 주위에서는 돈만 날렸다는 시선이 많았죠. 그래도 미래시장을 기대하며 이겨냈습니다. 세계 시장에 내놓을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욕심, 그것이 우리 기업을 이끄는 힘이 될 것입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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