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졌고 참여연대가 주총 참여 회사를 줄여 대체로조용히넘어갔다는게 중평이다. 그러나 ‘서든 데스(sudden death)’ 제도의 시행으로 감사 의견이 좋지 않은 기업 등이 무더기로 증시에서 퇴출 되는 등 새 이슈가 부각됐다.
▽세 제도 도입〓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보다 무서운 존재는 외부감사인. 외부감사인이 주총 1주일 전 금융감독원에 보낸 감사보고서는 즉시 증권거래소에 전달됐고 ‘서든 데스’에 해당하는 기업의 주식은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회사들은 주총에서 많은 새 제도를 정관에 도입했다. 삼성전자 등 87개사(16.7%)는 자사주소각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주주에게 배당을 하는 대신 배당액수만큼의 주식을 소각해 주당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지난해 새로 도입됐다.
스톡옵션제도를 도입하거나 제도를 수정한 법인도 20.2%인 105개사였다. 수정의 경우 소규모 스톡옵션은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줄 수 있도록 한 것이 대부분. 이번 주총을 통해 경영진에 새로 스톡옵션을 준 법인은 35개였다. 19개사는 중간배당제도를 도입했으며 12개사가 주식을 액면분할했다.
▽금융기관에도 소액주주운동〓지난달 29일 열린 외환은행 주총에는 금융기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참여연대 소액주주운동본부가 참석했다. 이 때문에 오전 10시 시작된 주총은 오후 8시까지 10시간이나 진행됐다.
박근용 경제민주화위원회 간사는 “현대그룹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과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을 따지는 등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도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은행의 투명경영을 주주들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을 대신해 기업 경영감시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던 기관투자가들은 역할을 다 했을까.
양적으로만 보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기관투자가는 모두 497건의 의결권행사를 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99년 같은 기간 77건 및 2000년 165건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
497건 중 임원 선임과 관련된 공시가 436건(87.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기업분할 또는 합병과 관련된 의결권행사는 40건(8.1%), 영업권의 양수 양도는 21건(4.2%)이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는 3.8%에 해당하는 19건만을 반대하고 나머지는 모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관은 임원 선임에 대해서는 단 한 건만 반대했고 기업분할 및 합병에 대해 12건, 기업 양수양도와 관련한 6건을 반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임원 선임은 주가와 큰 관련이 없지만 기업분할 등은 주가와 관련이 큰 사항이어서 참여도에 차이가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기관투자가가 실질적으로 경영감시활동을 잘 했는지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안건별 공시 현황 (단위:건,%) | ||||||
부의안건 | 찬성 | 반대 | 합계 | |||
건수 | 비율 | 건수 | 비율 | 건수 | 비율 | |
기업분할 또는 합병 | 28 | 70.0 | 12 | 30.0 | 40 | 8.1 |
영업양수도 | 15 | 71.4 | 6 | 28.6 | 21 | 4.2 |
임원선임 | 435 | 99.7 | 1 | 0.3 | 436 | 87.7 |
계 | 478 | 96.2 | 19 | 3.8 | 497 | 100.0 |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요 정관 변경 사항 | ||||
정관변경사항 | 회사 | |||
주식소각제도도입근거마련 | 대구은행 대한해운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SDI 제일모직 제주은행 조흥은행 태평양 KT 현대백화점 SK케미칼 등 87개사 | |||
스톡옵션제도도입근거마련 | 극동유화 대원제약 동부건설 동부정밀화학 동부제강 동부한농화학 라보라 부산주공 파츠닉 등 9개사 | |||
중간배당제도신규도입 | 광동제약 녹십자 대한전선 동양고속건설 신도리코 신한 율촌화학 태영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컴퓨터 LG애드 LG전선 WISCOM 등 19개사 | |||
액면분할 | 누보텍 대동 동일고무벨트 디피아이 부흥 삼익LMS 선진금속 아이넥스테크놀로지 조광페인트 중앙염색가공 진흥기업 핵심텔레텍 등 12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