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남 가야산 자락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법보(法寶)사찰 해인사로 가는 길목에는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기자들의 거듭된 요청을 견디지 못한 상좌들이 큰 스님을 설득해 거처인 퇴설당(堆雪堂) 앞뜰에서 첫 기자회견을 마련한 것이다.
퇴설당 여기저기에는 키 작은 소나무와 잔디만 심어져 있어 집 주인의 소박함과 깔끔한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기자들은 삼배(三拜)로 큰 스님에 대한 예(禮)를 표시한 뒤 법(法)을 청했다. 해인사측은 당초 퇴설당 아래 보경당 안에서 기자회견을 계획했지만 봄날의 좋은 풍광을 함께 나누기 위해 장소를 옮겼다. 기자회견은 40여분간 진행됐다.》
150㎝ 단구에 좀처럼 말이 없기로 소문난 스님이지만 이날은 뜻밖에도 기자들을 위한 ‘덕담’으로 말씀을 시작했다.
“옛날 조선시대 때 암행어사 제도가 있었지. 어사가 출두하면 초목이 벌벌 떨었는 데 요즘 세상의 암행어사는 바로 기자들이야. 암행어사가 50명이나 떴으니 ‘산승(山僧)’은 간이 녹아버릴 것 같다.”
스님은 이어 “‘개명불개체(改名不改體)’라, 이름은 바뀌었지만 본 바탕은 조금도 변한 것이 없어. 종정이라는 이름이 하나 생겼지만 ‘산승은 산승 그대로’”라고 말했다.
-종정에 추대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조계종의 가장 큰 어른이자 정신적 스승이 되셨는데 어떻게 종단을 이끌어가실 계획이신지요.
“무엇보다 조계종은 수행 종단이야. 지계(持戒), 즉 계를 지키는 게 우선이지. 똥 담는 바가지에 아무리 좋은 물을 담아도 그건 똥물이야. 그릇이 중요한 거고 그래서 계를 잘 지켜야지. 그리고 그 다음엔 열심히 수행하고 중생 교화를 위해 노력해야지. 이같은 종지(宗旨)가 잘 지켜진다면 종단의 질서도 자연스럽히게 잡혀.”
종정 스님은 또 수행은 출가자의 독점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미타불의 극락도 아니고, 하느님이 만든 천당도 아니야. 내가 만든 천당에서 살고 싶어. 세상에서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부처야. 여러 분도 좋은 세상을 만들도록 해.”
-조계종이 처한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첫째 화합이야. 모든 것이 거기서 시작돼. 그리고 교육이 제대로 정착되어야 해.”
-94, 98년 종단 분규로 승적이 박탈된 ‘멸빈(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