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 칭찬합시다 4] ‘동강개발’ 에 맞선 최도순

  • 입력 2002년 4월 3일 18시 41분


“진정한 생태계의 보존은 사람과 자연의 조화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살아왔고 자연만 제대로 보존된다면 여기서 계속 살아갈 겁니다.”

동강지역 생존권 투쟁위원회에서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최도순(崔道洵·34)씨. 그와 투쟁위 사람들은 동강지역의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최근 정부는 강원 영월군과 정선군의 동강 일대를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이 일대 주민은 당장 건물의 신증축이나 토지형질 변경 등이 제한돼 재산권 행사에 침해를 받게 된다.

지역이 개발될수록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상당수의 주민은 당연히 생태계 보존지역 지정에 결사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씨 등은 거꾸로 “정부가 보존지역 안의 사유지를 매입하고 주민에게 경작권을 준다면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주민에게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만 마련해준다면 ‘개발을 통한 이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최씨는 이 지역에 상당한 땅을 갖고 있어 개발될 경우 직간접적인 개발이익을 누릴 수 있는 처지에 있다.

“도대체 얼마나 개발이 더 돼야 이곳 주민이 모두 혜택을 보겠습니까. 살아온 터전을 제대로 보전하고, 우리가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최씨는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동강지역 주민 이주 제안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보상액이 아무리 크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터전을 버릴 수는 없다는 주장. 그는 “사람도 엄연한 생태계의 축인데 그런 사람을 떠나게 하고 생태계를 보존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댐 건설은 백지화됐지만 최근 동강은 이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

다리를 새로 만든다, 도로를 새로 뚫는다, 정비사업을 벌인다 등의 이유로 곳곳이 파헤쳐졌다. 찻길이 있는 곳마다 어김없이 민박집과 래프팅 간판이 보이고 폐타이어와 건설 자재들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최씨는 “개발의 논리가 동강을 망쳤다”며 “주민의 경작권이 인정된다면 이곳 주민은 친환경적인 농업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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