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4∼5년차 젊은 작가 열 한 명의 테마 소설집.
사람 사는 곳에서라면 어디에나 있는 ‘관계’. 그 다양한 맥락 속에서 거짓과 위선, 희망과 진실이 한데 엉킨 삶의 모습들을 젊은 작가다운 기발한 상상력으로 다채롭게 엮어간다.
정신병을 앓는 ‘나’는 집안에 틀어박혀 아버지와 함께 음식 만들기에만 몰두하며 산다. 어느날 그들만의 공간에 불쑥 찾아든 한 여자. ‘나’는 그 여자에게 현실의 혼란과 고통을 잊기 위해 환각 속에 머무는 인디언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환각제는 비루한 일상과 맞서려는 나름대로의 안간힘이다. ‘나’의 정신병도 역시. (구경미 ‘광대버섯을 먹어라’)
군대 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 그 여자에게 끌리는 옆방 남자, 그 남자가 취직한 출판사의 사장, 돈을 받고 사장과 가끔 관계를 갖는 여자. 서로의 관계가 회전하듯 얽혀있는 모습이 마치 익명의 기호놀이를 연상케 하는데….(김도언·‘쉰한 개의 시퀀스를 가진 한 편의 농담-회전(回傳)’)
1925년에 태어났지만 50년 동안 냉동되어있다 다시 살아난 ‘연’은 예전과 너무나 다른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가 없다. 남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성전환수술을 받은 ‘수’는 이제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세상도 자신조차도 ‘여자로서의 삶’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부추기는 이 세상에서 이들을 살아갈 수 있을까. (김문숙·‘냉동인간의 최후’)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 ‘거짓말’은 작가 열 한사람을 관통하는 소재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또한 ‘진실과 거짓말 사이에 놓인 소설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재하는 거짓말, 이것이야 말로 소설의 패러독스다. 여기 열한 편의 ‘거짓말’들이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손정수)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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