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맥락으로 세계적인 권위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의 가장 강력한 상대는 다른 신문이 아니라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딘위터(MSDW)라고 볼 수 있다. 또 일본의 노무라총합연구소일 수도 있다. MSDW나 노무라 역시 자체 간행물을 통해 독자(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신문에 못지 않는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신문과 은행, 연구소의 고객이 겹치는 셈이다.
이처럼 신문 대 신문의 경쟁이 무색해지고 있는 것은 역동적인 뉴미디어의 득세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휴대전화나 PDA)은 이미 뉴스 소비자의 시선을 앗아가 버렸다. 게다가 디지털방송이 주도하는 홈네트워크는 더욱 강력한 기세로 미디어 환경을 바꾸고 있다.
이른바 미디어 융·복합(Media Convergence)현상이다. 미디어 융·복합은 종전에 전화로 상징되던 통신, 인터넷의 컴퓨터, TV의 방송, 종이신문으로 상징되던 인쇄매체가 하나의 미디어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KT가 방송사업과 정보서비스업을 겸하고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같은 인터넷회사가 방송, 영화, 잡지 사업 등을 아우르게 되었다.
더욱 도도한 변화는 소비의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객이 보는 신문업의 개념과 본질이 ‘저널리즘’으로부터 정보 재화의 품질과 격조, 그리고 재미(Fun)를 중시하는 ‘콘텐츠 비즈니스’로 이행하고 있다. 독자가 신문을 보는 이유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인터넷을 서핑하며 여러 매체의 다양한 콘텐츠를 섭렵하는 네티즌의 패턴이 좋은 예다. 이러한 ‘하이퍼 링크(Hyper Link)’ 방식의 미디어 소비는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당연히 신문은 뭔가 선제적인 적응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신문의 적응은 신문기업의 혁신이 견인’
신문의 적응은 제작자인 신문 기업의 혁신만이 견인할 수 있다. 지금의 혁신은 시장에 순응하는 변화라는 뜻의 ‘Market Driven Change’로서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의 고객이 콘텐츠를 쇼핑하듯 소비하는 성향이 워낙 강해졌으므로 신문은 이에 부응하며 혁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물론이고 방송과 홈네트워크, 심지어는 지능형교통시스템까지도 자기 콘텐츠와 연동시켜야 신문이 살아 남을 수 있다.
방송은 데이터방송을 통해서 신문형 콘텐츠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홈네트워크도 디지털TV나 게임기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학습과 교육, 자기계발의 기능을 원하고 있다.
또 미디어 사각지대였던 자동차와 거리, 외국여행지조차도 디지털 오디오, 브로드밴드의 커버로 신문콘텐츠의 사정권안에 들어와 있다. e-BOOK이나 진보된 시청각 교육을 뜻하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영역에서도 신문의 가독형 콘텐츠가 빛을 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여건을 활용하기 위해 신문은 신문 산업이라는 한정된 ‘우물안’을 먼저 벗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신문은 사회 문화의 각 부문에 걸쳐 ‘콘텐츠 원작자’로서 역량과 사회적 기능을 한껏 발휘해야 한다. 양질의 원작 콘텐츠만 있다면 방송 영화 정보 지식 출판 등 파생 콘텐츠 시장을 통째로 리드할 수 있다. 콘텐츠 산업의 원작자로서 우뚝 서는 길. 이 길이 미래 콘텐츠 산업의 중심에 신문이 들어서는 길이다.
심상민 삼성경제연구소 소프트산업팀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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