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반도체 D램 업체들이 불황의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기존 8인치(200㎜) 라인을 12인치(300㎜) 라인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12인치 웨이퍼 라인이란 반도체를 만드는 웨이퍼의 지름이 12인치인 생산라인. 기존 8인치 라인에 비해 원가는 30% 절감되고 생산량도 이론적으로는 2.25배까지 늘어나는 것이 특징.
하지만 그만큼 공급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D램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까지는 가격하락 압박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12인치 웨이퍼 라인 가동〓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12인치 공정을 도입했다. 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11번 라인에서 12인치 웨이퍼를 이용한 D램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월 생산량은 1500장. 삼성은 다른 라인에도 12인치 생산라인 적용을 검토 중이다.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도 지난해 12월부터 12인치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인피니온은 대만 최대 D램 업체인 난야테크놀로지와 12인치 웨이퍼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올 하반기 중 유타주 레히(Lehi)공장과 일본 도시바로부터 인수한 도미니온 공장에 12인치 공정을 도입해 내년 2·4분기(4∼6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
일본에서는 엘피다만이 내년 3·4분기부터 히로시마공장에서 12인치 생산라인을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도 현재 월 3000장 규모인 12인치 라인의 생산량을 내년 초부터는 1만장 이상까지 늘릴 계획. 또 UMC도 올해 중 타이난 과학산업단지 내 공장에 12인치 라인을 도입할 계획이다.
▽공급 늘어 가격에는 부담 줄 듯〓지난해 말부터 D램 경기가 회복된 데는 공급 측면에서의 구조조정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도시바 등 일본업체들이 D램 사업을 포기하고 마이크론 등 선발업체들이 라인 가동을 중단하면서 만성적인 공급과잉이 조금씩 해소됐던 것.
아직 불량률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12인치 라인의 수율(收率)이 크게 떨어지지만 라인이 안정될 경우 D램 시장은 또 다시 공급과잉의 망령에 시달릴 전망이다.
교보증권 김영준(金泳埈) 애널리스트는 “연초 D램 가격의 급등은 공급량 조절과 PC업체들이 재고확보를 위한 가수요 덕분이었다”며 “D램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못한 시점에서 업체들의 라인 업그레이드가 마무리될 경우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