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은 가족 농장을 지키기 위해 소년시절부터 총과 단검으로 무장했던 샤론의 ‘타고난 전사’ 기질(6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2000∼2001년)를 지낸 중동전문가 마틴 인다이크는 ‘세 얼굴을 가진 샤론’이라는 다층적인 틀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현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인다이크 전 대사가 브루킹스 웹사이트 등을 통해 밝힌 내용.
▽장군 샤론〓14세 이스라엘 독립을 위한 무장조직에 가담했고 2, 3, 4차 중동전쟁에 참전한 전쟁 영웅. 82년 국방장관 재직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본부가 있던 레바논 침공을 지휘했고 수 백명의 팔레스타인 난민학살에 연루된 대표적인 강경파.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한사코 저지하려고 한다.
▽정치인 샤론〓평화를 내걸고 총리에 선출됐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확신이 없다. 이스라엘 국민은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있으며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다. 국민의 60%가 그의 업무수행에 부정적이다. 우파에서는 소속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야세르 아라파트의 제거를, 좌파에서는 연정파트너인 노동당이 팔레스타인에서의 병력철수를 각각 주장하면서 샤론 총리를 협공하고 있다.
▽지도자(statesman) 샤론〓워낙 강경파여서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총리가 됐다. 사심 없이 국민의 안전과 번영만을 생각한다. 82년 팔레스타인 난민 학살과 같은 오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요르단강 서안에 군대를 파견할 경우 끊임없는 소모전만 계속되고 그의 천적 아라파트의 입지만 강화시킨다는 것을 안다.
불행히도 샤론 총리는 요르단강 서안을 무력 점령했다. ‘장군 샤론’이 ‘지도자 샤론’을 이긴 것. 운신의 폭이 좁아진 ‘정치인 샤론’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진압을 통해 휴전과 평화협상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좌회전에 앞선 우회전이다. 그러나 힘으로 평화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도자 샤론’이 빨리 깨어나 ‘장군 샤론’을 이겨내야 할 때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