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만 해도 네띠앙의 결정은 ‘바보짓’으로 받아들여졌다. 인터넷사이트의 경우 회원 수가 곧 업체의 순위처럼 여겨져서 한 사람이 2, 3개 정도의 가공 ID를 갖고 활동하더라도 이를 묵인하는 게 유리했기 때문. 그동안 가공의 ID 뒤에 숨어 ‘무책임의 자유’를 느끼던 일부 네티즌에게도 인터넷실명제는 ‘불편’으로 인식됐다.
실명제 실시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회원 수가 줄었다. 그러나 당시 378만명이던 회원 수가 지금은 621만명으로 늘어 실명제에 대한 회원들의 지지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네띠앙의 한 실무자는 “실명제 때문인지 다른 포털커뮤니티보다 10대의 비중이 적고 30대의 비중이 크다”며 “게시판에서 욕설이나 비방이 등장하는 경우도 훨씬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송윤철 부장은 “당시 네띠앙의 결정이야말로 오늘날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인터넷청정운동’의 씨앗이 됐다”고 회상했다.
통신 공간에서 참여자의 ‘자유’를 강조할 것인가, ‘책임’을 강조할 것인가는 섣불리 가를 수 없는 논쟁거리. 이와 관련해 송 부장은 “스팸메일에서부터 심각한 수위에 이른 인터넷상의 욕설과 비방, 심지어 인터넷 청부살인에 이르기까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상의 모든 문제가 ‘익명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한다면 전 대표가 앞장 서 추진한 실명제가 올바른 인터넷문화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인터넷실명제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정보산업도 일종의 인프라입니다. 자기 이름으로 한 행위에 따른 보상을 제대로 받고 책임도 질 때 정보인프라도 발전하는 거죠. 익명성이 가져오는 자유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자유는 올바로 쓰일 수 있는 공간으로 국한돼야만 합니다. 다들 똑같이 예비군복을 입으면 어딘가 방종한 행동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게 사람의 본성인걸요.”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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