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해 있는 상황이 달라서일까. 본격적인 월드컵 마무리 훈련과 함께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20일)에 대비해 12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 집결한 한국축구대표팀 전사 23명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특히 주전이 유력한 선수들은 비교적 여유있는 모습인 반면 엔트리 포함 여부가 불투명한 선수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히딩크 사단의 황태자’ 송종국(부산 아이콘스)은 선수단 중 가장 빨리 호텔에 도착해 기자들과 거리낌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송종국은 “여러 포지션을 왔다갔다해 좀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어느 포지션이든 사력을 다하겠다”며 “2월 북중미 골드컵에서 코스타리카에 졌는데 이번에는 꼭 설욕하겠다”고 자신감 있게 포부를 밝혔다.
골키퍼 주전경쟁에서 이운재(수원 삼성)보다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병지는 함께 호텔에 온 부인의 볼에 입맞춤을 하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김병지는 “소속팀과 훈련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해 왔고 연습경기 때도 괜찮았다”며 “거스 히딩크 감독이 매일 1%씩 전력을 상승시킨다고 했는데 감독이 원하는 대로 따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워드 한 자리를 놓고 ‘생존 경쟁’을 하고 있는 이동국(포항 스틸러스)은 “유럽 전지훈련 때 몸이 좋았는데 경기를 못해 섭섭하지만 코스타리카전은 나에게 절호의 기회다”며 “꼭 이번 기회를 살려 최종 엔트리에 들겠다”고 월드컵 출전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대표팀에 선발된 후 11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쳐 엔트리 진입 여부가 불투명한 차두리(고려대)는 이날 말을 아꼈다. 훈련에 임하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두리는 대답없이 목례만 하고는 숙소로 향했다.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최성국(고려대)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최성국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후회없이 임하겠다”고 긴장한 듯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번 훈련은 3월부터 진행된 훈련 프로그램의 연장 선상”이라며 “전술과 체력, 정신적으로 세밀하게 보완해 5월31일까지는 최상의 전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설기현에 대해 “허리 부상이 재발됐다는 소식이 있어 지금 자세한 상황을 체크 중인데 곧 합류여부가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소집에는 10일 부천 SK와의 프로축구 아디다스컵 경기에서 코뼈를 다친 조성환(수원 삼성)이 제외됐으며 추가 선발을 하지 않았다.
황선홍과 유상철(이상 가시와), 최용수(이치하라), 박지성(교토), 윤정환(세레소 오사카) 등 ‘일본파’들은 21일경 합류할 예정이다.
대구〓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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