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002년, 삼성은 트레이드와 FA 영입으로 타선을 보강했다. 기존의 '막강 타선 삼성'의 이미지에 이들이 더해진 올해 삼성 타선은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혹자는 역대 최강의 타선이라고까지 평할 정도.
과연 올 시즌 삼성의 공격력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시즌의 기록을 검토해 보면 2001년의 삼성 타자들 중 자신의 능력을 한층 넘어선 성적을 올렸다고 평가할 만한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전망에 있어 희망을 가질 만한 일이다.
진갑용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긴 했지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엄청난 재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어 왔고 계속해서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플루크로 보기는 어렵다. 그 외 대부분의 타자들은 지난해와 큰 차이 없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성적 향상이 예상되는 선수도 몇몇 있다. 박한이와 박정환은 신인급이며 지난 시즌 강동우의 성적이 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한 결과 같지는 않다. 그리고 타격폼을 바꾼 이승엽도 주목할 만하다. 볼넷 숫자를 유지하면서 타율을 .300 정도로만 끌어올린다면 홈런이 5개쯤 줄어들더라도 전체적으로 타격 성적은 더 나아진다. 그 정도를 기대하는 것은 그다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아, 하락이 예상되는 선수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김종훈은 어차피 주전급은 아니며 매니 마르티네스는 팀을 떠났다.
그리고 이야기의 핵심인, 두 명의 새로 들어온 타자가 있다. 양준혁과 틸슨 브리또의 가세가 삼성 타선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얼마나? 지난해 성적을 바탕으로 대략 추산해 보기로 하자.
먼저 양준혁부터. 양준혁은 지난 시즌 LG에서 .355/.449/.510, 20더블, 14홈런을 기록했다. .355의 타율은 인상적이지만 37개의 장타와 장타율 .510은 명성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거둔 성적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파크 팩터를 통해 환산하면 그의 성적은 대구에서는 .364/.464/.561, 20홈런이 된다. OPS 1.025는 이승엽의 1.017을 능가하는 수치.
양준혁이 그대로의 성적을 낸다고 하면 삼성은 마르티네스가 있던 지난 시즌보다 약 25~30점 정도의 득점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김기태, 김동수 등의 전례를 볼 때 파크 팩터의 차이가 곧바로 성적으로 반영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양준혁은 삼성에서 뛰던 96~98 사이 꾸준히 이를 상회하는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브리또. 브리또의 지난 시즌 성적 .320/.425/.540은 구장 효과를 감안할 때 수치상으로 양준혁이나 이승엽의 그것에는 다소 뒤진다. 그러나 브리또가 대체할 타자는 지난 시즌 삼성의 2루수들이다(주로 정경배와 카를로스 바에르가). 이 점에서 브리또의 존재는 한층 더한 가치를 지닌다. 공격력이 뛰어난 미들 인필더는 매우 드물다. 지난 시즌 정경배와 바에르가는 464타석에서 .256/.331/.373을 기록했다. 대단찮은 성적이지만 지난 시즌 리그 2루수/유격수들의 전체적인 성적과 비교해서 그리 떨어지는 성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정경배/바에르가의 지난 시즌 득점 공헌도는 대략 50점 정도에 해당한다(RC 50.15, XR 49.82). 브리또는 SK에서 510타석에 나서 RC 100.31, XR 92.57을 기록했다. 대구의 구장 효과까지 포함한다면 더 올라가겠지만 양준혁과는 달리 브리또는 대구가 홈인 팀에서 뛰어 본 적이 없으니 안전하게 잡기로 하자. 그렇다고 해도 40점 이상의 득점력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삼성의 팀 득점은 739점이었다. 지난 시즌과 같은 조건 하에서라면 올해 삼성은 800득점 이상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 때문에 실제로 800득점을 올릴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지난 시즌 ML의 경우 2000시즌에 비해 6~8% 가량 득점 저하를 보였다) 2000년 현대가 세운 리그 기록 777점 경신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삼성 타선은 사상 최강? ...글쎄, 아직은 불충분하다.
삼성의 홈 구장은 리그 내에서도 손꼽히는 타자들의 구장 중 하나인 대구 구장이라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01 시즌의 파크 팩터를 조사해 본 결과 대구 구장은 득점에서 +4.3%, 홈런에서 +17.2%로 나타났다. 반면 팀 득점 2,3위를 차지한 두산과 롯데의 홈 구장은 각각 득점에서 -3.5%, -1.9%의 영향을 미쳤다. 이를 적용하면 중립적인 구장을 홈으로 했을 경우 삼성의 팀 득점이 709점인 반면 두산과 롯데는 각각 759점과 732점을 올리는 셈이 된다. 파크 팩터의 효과가 절대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도 있지만, 삼성보다는 두산과 롯데의 공격력이 실질적으로 나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두산과 롯데 모두 올 시즌 삼성 타선의 경쟁 상대로는 부족하다. 삼성의 공격력이 대폭 강화된 반면, 두 팀 모두 이렇다 할 플러스 요인이 없는 데다 두산은 커리어 하이였던 심재학과 안경현의 영향이 컸고, 롯데는 펠릭스 호세의 공백이 크다.
그러나 2000년 현대와의 비교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2000 시즌 리그 득점은 모두 5375점으로 2001년의 5507점보다 다소 적다. 2000 시즌 현대의 777득점을 2001시즌에 맞추면 796득점이다. 또한 현대의 홈 구장인 수원 구장은 2000 시즌 파크 팩터에서 5% 정도의 득점 감소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계산에 넣으면 2001년의 중립적인 구장에서 현대의 득점은 838점 정도가 된다. 지난 시즌 삼성의 득점(파크 팩터를 적용한)보다 130점 정도가 더 필요한 셈이다. 여러 가지 플러스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2002년의 삼성 타선이 역대 최강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일단 미루는 것이 낫겠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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