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해 고독한 레이스를 펼친 이봉주가 9명의 정상급 선수가 출전해 무리를 지은 케냐와 대적할 수 없었던 것.
경기 뒤 오인환 감독도 '케냐 선수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집중 견제해 페이스가 말렸다'며 '이봉주와 함께 레이스를 펼칠 동료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국에 51년만의 보스턴마라톤 우승컵을 안겨준 지난 대회에서도 이봉주는 홀로 레이스를 펼쳤지만 당시에는 케냐의 견제에 비켜있었기 때문에 우승이 가능한 면도 있다.
이번 대회는 '마라톤 강국' 케냐의 저력이 두터운 선수층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봉주를 에워싼 채 서로 선두를 바꿔가며 노련하게 레이스를 이끈 케냐 선수들은 5위만 이봉주에게 양보하고 1위부터 7위까지를 모두 휩쓸었다.
특히 우승한 로저스 롭(26)과 2위에 오른 크리스토퍼 체보이보치(25)는 모두 풀코스 마라톤 경력이 일천한 젊은 선수들인데도 코스가 어렵기로 유명한 이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대폭 앞당기는 기염을 토했다.
대회 전 '케냐는 언제 누가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염려한 오 감독의 우려가 그대로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반면 '이봉주와 함께 출전시키고 싶어도 그 정도 수준에 오른 마땅한 선수가 없다'는 오 감독의 말처럼 한국에는 이봉주의 뒤를 받칠 선수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정남균(삼성전자)은 부상에 시달리며 지난해 동아마라톤 이후 풀코스에 나서지 못하고 있고 지난해 춘천마라톤에서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지영준(코오롱)도 현재 부상으로 신음중이다.
지난해 말 상무를 제대한 김이용은 여전히 몸을 만드는 중이고 올해 동아마라톤 3위 임진수(코오롱)도 아직 좀 더 다듬어야한다는 평가다.
결국 이번 대회는 마라톤이 개인 경기이지만 한 두명의 간판 선수만으로는 정상급 선수들을 동시에 출전시켜 팀플레이를 꾀하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일본 등과 대적하기가 갈수록 힘들 수 밖에 없음을 확실히 보여줬다.
[제공 : http://www.entersport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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