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통령, 아들문제 말하라

  • 입력 2002년 4월 16일 18시 00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지만 정작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자는 소극적 자세만을 보이고 있어 실망스럽다. 국민의 눈에는 누구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더욱이 한 아들의 경우 오래 전에 이미 비리의혹이 있다는 보고가 청와대에 올라갔으나 묵살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청와대의 상황인식이 참으로 안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자식의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다. 아들이 좋지 않은 일을 저질렀을 경우 그대로 아버지의 허물이 되고 아버지가 나서서 용서를 비는 것이 국민정서인 것이다. 김 대통령의 아들 문제에 대한 묵묵부답(默默不答)은 바로 이 같은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만 보면 아직은 의혹수준일 뿐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 그러나 정치란 그처럼 법으로만 따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김 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대통령가족의 이름이 불미스러운 일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사안인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밝혀진 후라면 이미 상황을 돌이키기 어렵다.

그동안에도 검찰은 여러 차례 대통령 친인척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수사에 나섰지만 제대로 속시원하게 풀린 것은 거의 없다. 그만큼 성역 없이 수사를 한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고 그 같은 걱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별검사제, 국정조사, 아들들의 검찰 자진출두 등의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97년 야당총재시절 한보사태와 관련해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은 특검제를 받아들이고 대통령 아들도 국회청문회에 나와 증언해야 한보의 진실이 밝혀지고 김 대통령이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다. 그러기에 김 대통령은 검찰수사와 별도로 지금 세 아들 문제에 대해 말해야 옳다. 그리고 결심할 것이 있으면 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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