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16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이 최근 몇 개월 동안 반(反) 차베스 연합세력의 지도자들과 접촉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도 최신호(22일자)에서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고위관리들이 ‘차베스 대통령이 축출돼야 한다’는 데 반 차베스 세력과 의견을 같이했다”며 “그러나 쿠데타 계획을 반대 또는 묵인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련자마다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개입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과거 미국이 중남미에서 좌익 성향의 정권 전복을 조종 또는 후원해 왔기 때문. 무엇보다 80년대 중남미 좌파 제거작전의 핵심인물인 오토 라이시가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로 1월에 취임한 것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
쿠바 태생의 라이시 차관보는 80년대 중반 국무부 내 선전국을 설치해 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니카라과 좌익 성향의 산디니스타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미 중앙정보국(CIA)과 함께 심리전을 전개한 악명 높은 인물.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재선 선거일에 소련제 미그 전투기들이 니카라과에 도착하고 있다는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 미국 내에서는 니카라과를 선제 공습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훗날 이 정보는 허위로 판명됐다.
그는 대 이란 무기밀매 및 니카라과 반군(叛軍) 콘트라의 불법 지원스캔들인 ‘이란 콘트라’ 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된 올리버 노스 중령의 파트너였다. 80년대 후반 베네수엘라 주재 미 대사 재직시에는 쿠바항공기를 폭파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우익테러범 올란도 보시의 구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1년 가까이 의회의 인준을 받지 못하자 부시 대통령은 1월11일 의회 휴회 기간에 행정특권을 발동해 그를 차관보에 임명했다.
부시 행정부에는 그 외에도 ‘이란 콘트라’ 사건과 관련해 위증혐의가 인정된 엘리오트 애브람스가 국가안보위원회의 민주주의·인권담당국장을, 온두라스 주재 대사로 있으면서 온두라스 우익정권의 잔학행위를 묵인했던 존 네그로폰테가 유엔대사를 각각 맡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