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키덜트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대바~악 났슈!

  • 입력 2002년 4월 16일 18시 13분


《“엄니 아부지∼, 대박 났슈. 대바∼악.”

‘명랑소녀’의 비음섞인 충청도 사투리에 전국이 열광하고 있다. 방영 2주만에 시청률 30%(TNS미디어 코리아 조사)를 넘긴 SBS 수목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이하 명랑소녀)가 지난주엔 37.3%를 기록해 6주째 1위였던 MBC 주말극 ‘여우와 솜사탕’을 3.6%p차로 제쳤다. 인터넷에서는 주인공인 장나라와 장혁의 아바타가 유행하고 있고 채팅에서도 ‘밥 먹었슈’ 등 충청도 사투리가 번지고 있다.》

# 인기 비결 1: 동화-만화같은 얘기 어른도 열광

‘명랑소녀’의 플롯은 ‘캔디’나 ‘신데렐라’ 등 만화나 동화 그대로다. 착하고 굳은 의지를 가진 여성(장나라)의 곁에 ‘백마 탄 왕자’ 같은 남성(장혁)이 있고 그 여성을 구박하면서 삼각관계를 이루는 못된 여성(한은정)이 있다. 그리고 장나라를 사랑하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후원자(윤태영)도 있다. 이는 만화 ‘캔디’에서 ‘캔디-테리우스-이라이자-알버트’와 동일한 구성.

이처럼 ‘캔디’류의 이야기인 ‘명랑소녀’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은 ‘키덜트’의 속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된다. 특히 키덜트 속성은 사회가 개방화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권위주의 사회에선 ‘어른은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으나 개방적 사회로 바뀌면서 50대도 “마음은 10대”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아동과 성인의 역할 모델을 엄격히 규격화하더라도 양자의 정서적 차이를 무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렵다”며 “‘명랑소녀’의 인기는 어른들이 ‘슈렉’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 인기 비결 2: 고생 끝 성공…젊은 세대 대리만족

키덜트족의 특징은 골치 아픈 현실을 피해 포근한 동심의 공간에서 안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명랑소녀 성공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권선징악적 결말을 쉽게 예견할 수 있다. “뻔하다” “진부하다”지만 열광하는 시청자들은 오히려 “줄거리가 뻔해서 좋다”고 한다.

회사원 이영주씨(32)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냉혹하고 각박한 현실이 아니다”라며 “제목이 해피엔딩임을 밝히고 있어 긴장없이 주연의 얼굴과 연기만 즐기면 그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는 현실도피적 시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숙명여대 사회학과 김영란 교수는 “‘돈’이 세상의 전부인 양 인식되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은 어느 때보다 크다”며 “고진감래가 확실한 ‘명랑소녀’의 이야기 구조가 젊은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나라, 완벽한 ‘명랑소녀’로 거듭나다.

# 인기 비결 3: 장나라 충청사투리 친근감 절로

‘명랑소녀’는 장나라라는 ‘임자’를 만나면서 빛을 발한다. 명랑만화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장나라의 외모(토끼처럼 동그란 눈과 한치의 그늘도 없어 보이는 귀여운 미소)는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딱 맞아떨어진다. 주부 김경희씨(40)는 “이래저래 눈치보느라 피곤한 세상에 맹하면서도 소탈한 양순이(장나라)가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장나라의 천연덕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는 드라마의 백미. 그의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에 대해 “이웃집 학생같이 친근하다”는 등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제작진은 “장나라라는 ‘카드’를 처음 내놓았을 때 회의적인 반응이 컸지만 이제는 장나라가 기대 이상으로 드라마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허점투성이인 장혁의 캐릭터도 눈길을 끈다. 그는 양순을 좋아하면서도 감정 표현에 서툴러 매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친구의 배신으로 ‘알거지’가 되자 양순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는다. 주부 김경희씨(40)는 “이런 그의 모습이 여성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Kidult드라마

▷키드(Kid, 어린이)와 어덜트(Adult, 성인)의 합성어

▷성인이 된 뒤에도 동심의 추억을 액서사리 등을 통해 표출. 키티 인형에 열광하는 20, 30대 여성이 그 예.

▷사회적 자신감의 결여를 가리키는 '피터팬 신드롬'과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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