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프랑스에 가서 중등학교 한 주간의 교과 시간표를 보게 되었는데, 자국어인 프랑스 말보다 ‘라틴어’ 시간이 더 많았음에 새삼 놀랐다. 더구나 라틴어는 지금은 쓰이지 않는 말, 곧 사어(死語)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문화의 물줄기를 보는 것 같았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물줄기, 바로 역사의 연속성과 정통성 말이다.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도 ‘한자 문맹(文盲)’은 바로 ‘문화의 문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크게 염려된다. 우리말과 한글을 아끼는 마음에 나는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조상과 우리 문화를 잘 알기 위해서는 한자에 대한 기본 소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