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美 IT 뜨자 외국인 “사자, 사자”

  • 입력 2002년 4월 17일 17시 51분


조정에 접어들던 증시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조정이 끝나고 재상승을 시작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은 외국인의 태도 변화. 올 들어 2조5000억원어치를 팔았던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위주로 매수에 나섰다. 미국 인텔의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시킨데다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내 연기금과 기관의 주식 매입 여력도 커지고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가격 조정은 끝났고 기간 조정만 남았다. 가격은 떨어질 만큼 떨어졌고 본격적인 상승이 언제부터 재개될 것인지만 살피면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로 돌아서〓매도로 일관하던 외국인이 이번 주 매도를 멈추더니 17일 매수로 돌아섰다. 17일 외국인은 26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3월4일 이후 최다액이다.

여기에는 ‘인텔 효과’와 미국 경제지표 호조 등이 큰 몫을 했다. 16일 인텔은 전년동기 대비 주당 순이익이 2배로 늘어난 1·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도 소폭 늘었다. 이날 인텔 주가는 4.98% 급등했다.

17개 주요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지수가 5.58% 올랐고 아시아에서도 반도체 관련기업 주가가 상승했다.

미래에셋 이정호 연구원은 “인텔의 실적발표는 미국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감소시켰다”며 “그동안 선진국 정보기술(IT) 주가와 삼성전자 주가가 연동돼 움직였다는 점에서 이번 선진국 IT주가 상승은 국내 증시에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미국 주요 경제지표도 양호한 수준. 3월 산업생산증가율은 0.7%로 2000년 5월이래 처음으로 플러스를 나타냈다. 3월 공장가동률도 75%를 웃돌았다.

장인환 사장은 “이익실현과 한국물 비중축소를 위한 외국인의 매도는 이제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이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매에서 잘 나타난다는 것.

외국인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비중은 2001년 12월6일 60%를 정점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4월12일엔 55% 아래로 하락했다. 이익실현도 할 만큼 했고 지나친 보유비중 문제도 해결된 모습이다.

▽국내 수급 호전〓국내에서도 자금이 한동안 증시로 덜 흘러들어오더니 다시 유입금액이 늘고 있다. 신영증권 양신호 연구원은 “이달 들어 15일까지 고객예탁금에서 미수금과 신용융자를 뺀 순수고객예탁금이 1조원 이상 늘어났고 순수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자금유입도 10일 이후 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수석연구원도 “개미들도 이제까지의 투자행태와는 달리 지난 주 주가가 70포인트 이상 빠지자 오히려 투신권으로 몰렸다”고 밝혔다.

연기금도 주식 매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증권 박효진 책임연구원은 “지수가 400대에서 900까지 오를 때도 꿈쩍 않던 연기금 등 기관성 자금들이 투신권의 간접투자상품에 들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언제든지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도 지난 주 1조2000억원 수준에서 8000억원대로 내려앉은 상태.

다만 1조원을 웃도는 미수금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미국 시장 주목해야〓메리츠증권 조익재 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한국 증시는 미국 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한국 정부의 정책이 내수부양에서 수출로 전환했으므로 외국인 매도를 막으려면 미국 기업의 실적 개선과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SFB 윤석 전무는 “이번 주 외국인 매수세가 의미 있는 전환점이지만 지속성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 정보기술 경기와 관련 주가 추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을 살펴보려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주가 변동 △26일 발표될 미국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경제 지표 △주요 기업 실적 등에 주목해야 한다.

조익재 팀장은 “한국 증시가 미국 나스닥만 바라보고 있다”며 “올 들어 나스닥 주가 상승과 국내에서 외국인 순매수 시기가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2·4분기 미국에서 업황이 좋아질 업종으로 금융과 전기전자, 기초소재, 경기관련 소비재 등이 꼽힌다”며 “국내에서도 전기전자 자동차 화학 철강 등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외국인의삼성전자 순매수와주가추이 (단위:억원, 원)
 외국인 순매수주가
4월1일225374000
2일-48398500
3일-875404000
4일-2222389000
8일-2641369000
9일-933369000
10일-1720356000
11일-723359000
12일-652369000
15일-185385000
16일153389000
17일123340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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