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배경〓17일 한나라당이 공개한 윤석중(尹晳重)씨의 재판 답변서에는 홍걸씨와 이 전 의원이 작년 5월 56만달러(약 7억2800만원)의 합의금에 합의했다는 사실만 언급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양측이 합의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해 밝힐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측은 홍걸씨가 재판부로부터 강제 증언 명령을 받아 이를 피하기 위해 거액을 주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홍걸씨가 미국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 생활비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 전 의원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가 소송의 쟁점이어서 홍걸씨가 법정에서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진술을 해야 할 처지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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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홍걸씨는 작년 4월 16일 재판부의 명령으로 법정에 출석했으나 주요 쟁점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 재판부로부터 다음달 다시 출석해 증언하라는 명령을 받았었다.
하지만 홍걸씨 측은 “이 전 의원과 합의한 것은 재판 진술을 거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전 의원의 계속되는 마구잡이식 의혹 제기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합의금 출처〓청와대 측은 홍걸씨가 이 전 의원에게 지급한 10만달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외가 친척에게 빌린 돈이라고 해명했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알려진 홍걸씨의 돈 씀씀이로 볼 때 친척에게 돈을 빌려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홍걸씨가 97만달러 상당의 주택을 구입하고, 2001년 3∼6월 로스앤젤레스 블러바드 지점에 23만7000달러(약 3억810만원)를 입금해 월 평균 8700만원을 사용했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난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도 “홍걸씨가 실제로 작년에 매달 수천만원의 생활비를 썼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며 “미국에서 일정한 직업이 없는 홍걸씨가 이 정도 돈을 쓰는 것은 누군가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소송 전말〓양측의 소송은 2000년 2월 “홍걸씨가 로스앤젤레스에 호화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 전 의원의 주장을 로스앤젤레스 한인방송(KTE)이 ‘허위 주장’이라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 의원은 이에 KTE를 상대로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이 전 의원은 2001년 1월 홍걸씨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아 재판에 졌다며 다시 소송을 제기, 같은 해 5월 홍걸씨에게서 합의금을 받기로 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홍걸씨가 합의금 잔금을 지급하지 않고 한국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자 합의가 깨졌다며 이번에는 홍걸씨는 물론 이희호(李姬鎬) 여사 등까지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홍걸씨 측의 윤석중씨도 1월 이 전 의원을 공갈 혐의로 맞고소했다.
하지만 양측은 최근 소송이 장기화되는데 부담을 느껴 서로 국내외 민형사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