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를 달리고 있는데 물소리가 나지 않는다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물도 바람도 없음을 가장하고 있다 들리는 것은 오직 숨소리뿐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숨이 심장을 채찍질하고 빨간 말이 내 안을 뛰어다니며 땀이 방울 방울 외침이 되어 떨어진다 외친다 아니 외치지 않는다 나는 노래한다 뼈도 조선 피도 조선 이 피 이 뼈는 살아 조선 죽어 조선 조선 것이라(1) 노래가 다리에 박차를 가한다 멀리 멀리 왼쪽 종지뼈에도 오른발 검지 발가락에 생긴 물집도 아프지 않다 바람도 잔잔해졌고 아프지 않다 지금이다! 지금밖에 없다 지금 따돌려라 우리네 부모가 날 찾으시거든 광복군 갔다고 말 전해주소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요 광복군 아리랑 불러나 보세(2) 따돌린다고? 누구를? 난 밀양강의 강둑을 달리고 있었는데 여기는 내 고향이 아닌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 거지? 대회에 출전한 것인가? 내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인가? 누구의 숨소리도 좇아오지 않는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내 숨소리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늘 같이 달려주는 내 그림자가 없다 오른손 왼손 가슴에 붙인 일장기도 보이지 않는다 달도 별도 불빛도 없는 완전한 어둠이다 돌아보면 뭐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돌아보면 안 된다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누가 쫓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달리자 어디로부턴가 멀어지고 어딘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니
달릴 수밖에 없다 하나 둘 하나 둘 볼기에 힘을 주고 허벅지를 올리고 허리부터 앞으로 하나 둘 하나 둘 고개를 들고 두 팔을 힘차게 리드미컬하게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눈을 감은 채 똑바로 날아가는 새처럼 광풍이 불어요 광풍이 불어요 삼천만 가슴에 광풍이 불어요 바다에 두둥실 떠오는 배는 광복군 싣고서 오시는 배요 아리랑 고개서 북소리 둥둥 나더니 한양성 복판에 태극기 펄펄 날리네 노래가 몸 속을 휘몰아친다
오래된 노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다고 노래가 낡는 일은 절대 없다 이름이 오래 써서 낡는 일이 없는 것처럼 노래와 이름은 소리내어 부르지 않으면 사멸하고 만다 이름 내 이름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숨이 끊어질 것 같다 깊이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뱉고 다시 한 번 깊이 들이쉬고 내뱉고 자 이제 숨이 안정되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목소리를 발사한다 이우철!
역자 주
(1)‘독립가’의 원문은 독립기념관에서 제공받았음.
(2)‘광복군 아리랑’은 조동일의 ‘한국문학통사 5’(지식산업사,1988)에서 인용하였음.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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