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아들 66만달러 무슨 돈인가

  • 입력 2002년 4월 17일 18시 3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이신범(李信範) 한나라당 전 의원의 폭로 위협을 무마하기 위해 돈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메가톤 급 태풍이 어디로 진로를 틀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청와대는 홍걸씨가 이 전 의원에게 66만달러를 주기로 합의하고 이중 10만달러를 건넨 것에 대해 부인하지 않아 합의 내용과 배경 그리고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 전 의원은 현역 의원 시절부터 집요하게 홍걸씨의 재산 및 생활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미국에서 홍걸씨와 다투는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만약에 이 전 의원의 계속되는 폭로를 막기 위해 돈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추악한 돈 거래다.

청와대 측은 증거 수집 기간에 소송과 관련한 진술을 외부로 발설하면 안되는 미국의 법정 제도를 이유로 더 이상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안이 이렇게 확대된 마당에 미국의 법정 제도를 이유로 이 전 의원과의 수상한 돈 거래에 대해 계속 침묵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씨 사건을 계기로 홍걸씨의 이권 개입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 수상한 돈 거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이 전 의원과 합의서를 작성한 배경과 유학생 신분의 홍걸씨가 주기로 한 66만달러의 출처에 대해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그동안 홍걸씨에 대해 제기된 고급 주택 및 고급승용차 매입자금, 3억원짜리 예금 출처 의혹에 관해서도 소명을 해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적당히 덮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쩌다 대통령의 아들이 외국에서 전 국회의원과 마피아 같은 돈 거래를 했는지 아연할 뿐이다.

이 전 의원도 대통령 아들의 약점을 미끼로 돈을 받았다면 갈 데까지 간 추악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한때 민주화 운동을 했고 공당의 국회의원까지 지낸 사람이 시정의 공갈배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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