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에서 돌아온 한화 정민철(30)의 올시즌 행보다. 당초 에이스로 활약해줄 것을 기대한 한화 코칭스태프와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발에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중간계투로 떨어진 정민철은 팔 통증까지 호소, 17일 2군으로 내려갔다. 올시즌 성적은 4경기에서 1승2패에 평균자책이 무려 22.24. 그의 명성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기록이다.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한화 이광환감독은 ‘경기감각’을 실패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이감독은 “일본에 있을 때 2군에서라도 꾸준히 던졌어야 하는데 거의 피칭을 하지 못한 걸로 안다.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민철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있던 지난해 후반기부터 의욕이 떨어져 등판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여기에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부진에 한몫하고 있다. 정민철은 4억원으로 팀내 최고대우를 받는다. 게다가 일본무대에서 실패한뒤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국내팬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이감독은 “모든 운동이 잘 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평상심을 찾아야 하는데 스스로 너무 부담감을 갖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볼끝이 무딘 것도 문제. 정민철은 스피드가 직구 스피드가 140㎞대 중반으로 일본에서보다 많이 나오지만 구위가 예전만 못해 난타를 당했다.
일부에선 ‘정신자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의 노란머리를 몇몇 코치들은 못마땅해 하고 있다. 물론 머리색깔이야 선수의 자유. 하지만 죽을 힘을 다해서 운동을 해도 될까 말까인데 일본에서 허송세월한뒤 쓸데없는 데 신경을 쓰니 제대로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어쨌든 일본에서 구겨진 ‘명예’를 한국에서도 회복하지 못한다면 팬들의 실망감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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