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노치홍/값싼 관광상품으로 꾀어 ‘물품 강매’하다니

  • 입력 2002년 4월 18일 18시 32분


칠순을 넘긴 우리 부부는 최근 5000원에 ‘인천공항 해수온천 유람선관광’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집을 나섰다. 관광버스에는 21명의 노인들이 타고 있었다. 차에선 음악이 흐르고 안내원은 야쿠르트에 초코파이를 내놓았다. 운전기사는 구변도 좋고 노래솜씨도 절묘했다. 11시쯤 차는 ‘S의료기’회사 뜰에 섰다. 노인들에게 의료기를 살 것을 강요하나 가격이 최하 100만원이라 살 수 없었다. 이 때부터 기사와 여자 버스안내원은 인상이 험악해지고 말씨도 거칠어졌다.

차는 인천항구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강화홍삼골드’라는 회사 앞에 섰다. 기사는 “어르신들께서 이렇게 협조를 안 해주시면 우리들은 어떻게 살란 말씀이십니까”하며 미리 침을 놓았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4, 5명의 여직원에 버스기사와 안내원까지 바싹 붙어 섰다. 노인들에게 강화홍삼을 종이컵에 따라주며 골다공증 중풍 치매 고혈압에 천하의 명약이라며 사달라고 했다. 28만원에 10개월 할부라 한 달에 2만8000원이니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권유했다. 끈질긴 재촉에 절반의 노인들이 사고 말았다.

영종도 해수온천을 마치고 귀로에 인천공항을 돌아오는데 안내원이 과자봉지를 사람마다 놓고는 또 1만원씩에 사달라고 했다. 어지간해선 거절할 수가 없었다. 종점이 가까워오자 안내원은 또 마이크를 잡았다. “어르신, 관광버스 운전기사님의 월급은 일반기사의 반밖에 안됩니다. 5000원도 좋고 파란 지폐도 좋습니다. 뒷자리에서부터 걷겠습니다.” 나는 아내를 보고 “공짜가 어디 있겠소. 홍삼 덕에 건강하게나 삽시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노치홍 경기 안양시 만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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