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亞太, 잠정폐쇄로 끝날일 아니다

  • 입력 2002년 4월 18일 18시 45분


온갖 권력형 비리의혹에 휩싸인 아태평화재단이 기구를 대폭 축소해 사실상 활동을 잠정중단하기로 했지만 결코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재단과 재단의 전현직 관계자들이 받고 있는 여러 의혹을 덮어주는 면죄부로 작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일들에 대해 더욱 빈틈없는 수사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각종 게이트와 관련해 구린 냄새가 나거나 석연치 않은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속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재단 부이사장의 경우 친구인 김성환(金盛煥)씨와 여러 차례 수상한 돈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돈의 출처와 성격은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성환씨가 무려 30여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해 200억원대의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나 아태재단이나 김 부이사장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수동(李守東) 전 재단 상임이사에게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수사정보를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의 검찰 소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씨 집에서 발견된 ‘언론개혁’ 등 여러 문건의 출처와 작성자도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점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한다 해도 쏟아지고 있는 비난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인력을 정리하지 않고 재단의 명맥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극소수의 인원을 남겨둔 것을 보면 김 대통령 퇴임 후 재단을 다시 추스르겠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눈에 아태재단은 여전히 금품 수수, 이권 개입, 인사 청탁 등 권력형 부패의 온상으로 비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예 재단을 해체해야 한다거나, 건물을 헌납해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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