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드 美대사 “노무현 불안한 인물로 생각안해”

  • 입력 2002년 4월 18일 18시 46분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는 18일 북한이 핵 투명성 확보에 관한 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경수로 건설 지원 프로젝트에 심각한 지연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버드 대사는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언론회관에서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조찬 강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제네바 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 50만t 공급이 올해에도 이뤄지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이는 북한이 핵 투명성 확보에 관한 자국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작업에 곧 착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미사일로 한국과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미국을 사거리 안에 두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며 “북한은 미사일과 미사일 기술의 수출을 통해 다른 지역의 위험한 무기 증강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휴전선 가까이 전진배치된 북한군 재래식 병력이 주한미군에 잠재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향후 평양과의 논의가 재래식 병력의 위협을 감축하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대화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미국은 북한과 관련된 우려사항을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버드 대사는 강연이 끝난 뒤 참석자들로부터 “미국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불안한 인물로 보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의 모든 대선후보들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 주둔 등 한미우호관계의 필요성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노 후보를 불안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의 차기 지도자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전통적 역할에 도전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미관계 재정립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면 한미관계도 새롭게 접근하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말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노 후보를 염두에 둔 말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 대통령 선거는 한국인의 문제이며 미국은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볼 뿐이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새로운 대통령과 한미 관계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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