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잃어버린 얼굴과 무수한 발소리(3)

  • 입력 2002년 4월 19일 18시 40분


잃어버린 얼굴과 무수한 발소리(3)

강이 흐른다 바로 옆으로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큐큐 파파 나는 느낀다

비 냄새가 난다 큐큐 파파 길을 적시는 것은 비 내 마음을 적시는 것은 한(恨) 큐큐 파파 강물이 흐른다 어디서 흘러오는 것이냐 큐큐 파파 우리 아버지는 떠돌이 점쟁이였다 흐르고 흘러 큐큐 파파 어머니와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는 관상쟁이를 그만두고 큐큐 파파 남천(南川) 다리 밑에서 고무신을 팔았다 왜 왔던가 왜 왔던가 왜 왔던가 가마 타고 시집은 왜 왔던가 큐큐파파 어머니 배에서 태어나 살아남은 사람은 나뿐

큐큐 파파 순결을 지키려 죽임을 당한 아랑의 전설을 알고 있는가 큐큐 파파 아랑의 저주인가 남동생들은 동정으로 여동생은 숫처녀로

큐큐 파파 죽었다 큐큐 파파

죽었어 형제들은 총각 귀신이 되어 구천을 헤매고 있다 송림 속에 우는 새 처량도 하다 아랑의 원혼을 네 설워하느냐 영남루 비친 달빛 교교한데 남천강 말없이

흘러만 가네 ①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아 숨이 끊어질 것 같다 하나 둘 하나 둘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화장되어 그 재가 강물에 뿌려진 한 많은 사자(死者)들이여 하나 둘 하나 둘 몽달 귀신들이여 내 다리에 한을 뿌려주오 큐큐 파파 몸과 마음이 지친들 큐큐 파파 한은 지치지 않으니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수용 우선 소원 우근 사람의 이름은 무겁다 산 자의 이름보다 큐큐 파파 죽은 자의 이름이 무겁다 이름보다 무거운 것은 없다 내선일체 황민화의 진도에 맞추어 명실공히 황국신민이고자 하는 희망에 따라 성씨를 바꿀 길을 열었음이라

큐큐 파파 구니모토 우테츠? 다시 한 번 말해 봐! 구니모토 우테츠라고? 특히 징병제도가 실시된 작금의 황군으로서 다소의 차별도 없이 혼연일체가 되어 군무에 정진하고 있는 바 젊은 군인들 중 김모 이모가 섞여 혼란스러움을 생각하면 그 이폐 또한 자명한 일이니 나는 징병을 피하여 일본으로 밀항했다 큐큐 파파 시모노세키에서 헌병에게 발각되었다 나는 뛰었다 큐큐 파파 저건 새인가 헌병은 질겁했다 큐큐 파파 내 이름을 부르라 말뚝을 내리치듯 내 이름을 불러 보라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나는 뛰었어 암 뛰었지 구니모토 우테츠란 이름을 떨쳐버리고 이우철이란 이름을 잇기 위해서

유미리

역자 주

①밀양 아리랑-원문 밀양대학교 안창수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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