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플레이 훈련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프리킥을 직접 슛하거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선수들이 약속된 움직임과 패스로 상대 수비를 교란시켜 골로 연결하는데 필요한 것은 정확한 킥이다. 공격의 시작이자 끝인 정확한 킥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더라도 골과 연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트플레이를 잘 하는 팀으로는 독일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코너킥이 위협적이다. 니어 포스트 쪽으로 휘는 코너킥을 앞선에 있는 선수가 헤딩으로 방향을 바꿔 놓으면 뒤에 기다리고 있던 선수가 반대편 포스트 쪽으로 꽂아 넣는 득점 루트는 상대가 알고도 실점하기 일쑤다. 선수 개개인을 보면 왼발잡이로는 브라질의 카를로스, 오른발은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을 들 수 있다. 카를로스의 슛이 목표 지점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가는 미사일이라면 데이비드 베컴의 슛은 활처럼 휘어서 골문 구석에 꽂히는 탄도탄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일본 역시 세트플레이가 수준급이다. 전문 키커인 나나미와 나카무라같은 훌륭한 키커가 있기 때문에 일본의 세트플레이는 위력적이다.
반면 우리 대표팀에는 좋은 키커가 눈에 띄지 않는다. 킥을 전담할 선수로 거론되는 송종국 윤정환 이천수같은 선수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정확성 뿐만 아니라 강하고 날카로워야 세트플레이의 위력이 커지는데 이들의 킥은 그렇지 못하다. ‘히딩크호’가 출범한 후 프리킥으로 얻은 골이 하나도 없다는 점은 전문 키커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남은 기간 키커들의 숙제는 부단히 연습해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하루 3시간 정도 하는 팀 훈련으로는 부족하다. 개인 훈련도 해야 한다. 94년 월드컵때 골키퍼와 맞서는 결정적인 기회에서 헛발질을 한 후 끊임없이 노력해 ‘왼발의 달인’으로 거듭난 하석주를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국이 상대 수비벽을 피해 골문 구석에 꽂히는 그림같은 프리킥을 2002월드컵에서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허정무 본보 축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