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빌리 브라운(빈센트 갈로 분)은 미식축구 버팔로팀에 1만 달러를 걸었다가 지는 바람에 5년간 감옥살이를 하고 나왔다. 자신이 진 건 모두 축구선수 스콧 우즈 때문이라 생각하는 빌리. 그의 목표는 오로지 복수하는 것이다. 그는 부모에게는 결혼했다고 거짓말하고 댄스클럽에서 나오는 라일라(크리스티나 리치)를 납치한 뒤 그녀에게 아내인 척해 달라고 협박한다. 의외로 순순히 따를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기는 듯한 라일라. 그녀는 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빌리의 부모에게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전한다. 그 와중에도 빌리는 계속 스콧 우즈에 대한 복수 계획을 세우고, 라일라는 빌리에게 조금씩 사랑을 느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빌리와 라일라의 뭔가 모자란 듯한 캐릭터다. 볼품없이 말라 비틀어진 인상에, 복수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늘 신경질적이고 정서 불안인 빌리. 5년간의 감옥생활로 그의 감정샘은 완전히 말라버렸다. 그는 한마디로 ‘사랑할 줄 모르는 남자’다. 반면 바비인형의 옷차림을 한 창녀 라일라는 언제나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여자다. 빌리와 함께 간 볼링장에서 그녀는 갑자기 탭댄스를 추기 시작하는데, 순간 주위는 은은한 사이키 조명이 돌아가는 댄스홀처럼 변한다. 사실 남들이 보면 둘 다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마음대로,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라일라의 사랑은 알래스카처럼 꽁꽁 얼어붙었던 빌리의 마음을 녹여버린다. 어쩌면 현실의 사랑도 이런 식이 아닐까. 영화 속엔 늘 멋진 남녀의 완벽한 사랑이 있지만, 현실의 사람들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나가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 왜 그런지 우리는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을 하찮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 이 속담이 표현하기에 따라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변준희 <영화사 ‘봄’ 마케팅실장> clair7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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