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남자도 보듬어 안아야할 존재

  • 입력 2002년 4월 26일 17시 28분


얼마 전 이혼한 30대 여성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남편의 실직이 이혼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자신이 남자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다고 하소연하더군요.

그녀는 자신이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직장생활을 하기까지 자신의 의식속에 깔려 있었던 ‘남자는 여자를 억압할 지도 모르는 경쟁자’라는 심리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자는 언제나 의지해야 할 대상이지 보듬어 안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덧붙이더군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한켠에선 고개숙인 외로운 남자들의 이야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평생 ‘돈버는 기계’로 살다가 덜컥 실직이라도 당하면 무능하고 쓸모없는 가장으로 낙인찍히는 게 요즘 세상입니다.

중세의 어느 수도사가 쓴 ‘결혼의 열다섯 가지 기쁨’(민음사)이란 책은 제목과 달리 ‘결혼은 이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고문이자 고통이요 고난이며 근심거리’라는 주제입니다. 결혼의 허상을 꼬집는 중세 풍자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에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편견이 조목조목 나오기도 합니다.

‘남자’라는 책을 1면으로 고르면서 이 땅의 남자들과 여자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남자든 여자든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긴 마찬가지인데, 남녀가 서로를 너무 몰라서 상처주는 일은 없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솔직 담백한 가수 조영남씨의 서평으로 읽는 ‘남자’를 통해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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