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탈당이 이뤄지면 김 대통령은 평당원이라는 신분까지 벗어 던지게 됨으로써 민주당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게 된다. 김 대통령은 ‘대선 공정관리자’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일찌감치 불러와 국정운영에 난맥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세 아들 문제 때문에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각종 정책 추진에 있어 초정파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까지는 앞으로 7개월 이상 남아 있다는 점도 김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점이다.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이 대선 3개월 전에,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대선 1개월여 전에 탈당했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김 대통령으로서는 탈당과 함께 세 아들 문제를 가능한 한 빨리 매듭짓고, 대선 공정 관리를 위한 중립내각 출범을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관계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면서 당 대표의 주례보고가 사라지는 등 청와대와 민주당 간에 공식적인 관계는 사실상 단절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 대통령의 탈당으로 자연스럽게 DJ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는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정계개편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김 대통령의 탈당을 정계개편 구상을 구체화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DJ와의 고리 단절은 또한 ‘반 DJ정서’가 여전히 강한 영남지역에서의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여 노 후보와 김영삼 전 대통령 간의 ‘민주대연합’ 구도의 추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노 후보 측은 민주당의 외연확대를 위해 이 밖에도 야당 내의 진보세력까지 흡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정계개편이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서면 당명개정 등을 통해 ‘헤쳐 모여’ 식의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 측으로서는 김 대통령의 탈당으로 현 정부 임기 중 발생한 각종 비리의혹과 실정(失政)에 대한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측면도 계산에 넣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