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박물관운영 복전영자씨 부천시에 800여점 기증

  • 입력 2002년 4월 26일 18시 16분


“명품의 가치는 여러 사람이 함께 감상의 즐거움을 나눌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요….”

최근 경기 부천시와 ‘자기박물관’ 유치 협약을 맺고 그동안 자식처럼 애지중지해 온 자신의 소장 도자기 800여점을 부천시에 기증하기로 한 복전영자(福田英子·57·여·서울 종로구 평창동)씨.

그는 1998년부터 자택을 개조해 운영해온 ‘셀라뮤즈 자기박물관’에 전시된 이들 도자기를 둘러보며 “자식을 시집 보내듯 서운하다”고 말했다.

기증하는 도자기는 나폴레옹이 사용하던 와인잔을 비롯해 17세기 이후 독일 마이센, 프랑스 셰르부르 등 유럽의 도자기 명산지에서 태어난 작품들로 시가 60억원을 호가한다. 명성황후가 사용하던 그릇과 13세기 고려청자 등 국내 유물도 일부 포함돼 있다.

30대 이후 기회가 닿는 대로 크리스티 등 미국과 영국의 유명 경매장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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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 중반 ‘자식들도 작품 가치를 잘 모르는데 고집스레 가지고 있으면서 하나둘 흠이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뜻있는 곳에 기증하자’고 생각을 굳혔다.

기증 대상으로 부천시를 택한 것은 남편인 정홍택(鄭鴻澤·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씨 때문. 지난해 부천시가 발표한 ‘복합영상산업문화단지’(원미구 상동 일대 10만평) 조성 계획과 관련해 정씨가 부천시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참 서운해요. 요즘 도자기와 헤어질 준비를 하느라 부쩍 눈물이 늘었어요. 하지만 서울과 부천이 먼 거리는 아니니까 생각날 때면 한달음에 달려 갈 겁니다.”

부천시는 7월까지 6억원을 들여 원미구 춘의동 종합운동장 1층에 150평 규모의 자기박물관을 개관, 그의 소장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자기가 모두 옮겨지면 복전씨의 개인박물관은 문을 닫는다. 복전씨는 일본인 어머니의 성을 따라 이름을 지어 희귀한 성을 갖고 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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