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프라노 여신' 영상으로 부활 '칼라스 포에버'

  • 입력 2002년 4월 26일 18시 25분


영화 '칼라스 포에버'의주연 파니아르당(오른쪽)
영화 '칼라스 포에버'의주연 파니아르당(오른쪽)
세계 정상급 오페라 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인 프랑코 제피렐리의 영화 ‘칼라스 포에버’가 제작을 마치고 공개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지를 비롯한 외신들이 최근 보도했다.

이 영화가 음악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소프라노의 ‘디바(여신)’로 불리는 전설적 존재를 영화화했다는 점, 또는 수많은 오페라를 영화로 만들어온 연출자가 이번에는 오페라 가수의 삶을 영화화했다는 데만 있지는 않다. 올해 78세가 된 제피렐리 감독은 젊은 시절 오페라 ‘노르마’를 비롯, 칼라스가 출연한 수많은 명공연들의 연출을 맡기도 했으며, 무엇보다도 칼라스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였던 것.

제피렐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는 일은 마치 파우스트가 되는 것 같다. 파우스트는 영혼을 팔아 청춘을 얻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옛날 생각에 젖으면서 나도 ‘영혼을 팔아 과거를 되산’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1977년 칼라스가 사망한 뒤 그는 여러 차례 칼라스 전기영화의 제작 제의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데뷔부터 칼라스의 삶을 연대식으로 그리는 식의 접근을 하지 않는다. 대신 칼라스의 마지막 몇 주 동안에 초점을 맞춘다. 은퇴해 은둔의 삶을 살고 있는 칼라스에게 영화 제작자 래리(제레미 아이언스)가 접근한다. 옛날 녹음한 레코드에 맞춰 칼라스가 ‘립싱크’와 연기를 하는 영상물을 제작하고 싶다는 것. 칼라스는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이 제안에 매혹을 느끼게 되고, 일은 예상치 못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영화 촬영은 예상과 달리 순조롭지 못했다. 주연을 찾는 것이 첫 번째 난관이었다. 첫 후보로 소프라노 테레사 스트라타스가 섭외됐지만, 대본을 읽은 그는 “노래가 적고 연기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대선배인 칼라스 역 맡기를 거절했다. 어렵사리 ‘자기 나라’ 외에서는 얼굴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여배우 파니 아르당이 주연으로 선택됐다. 다행히 제피렐리 감독은 ‘칼라스와 많은 점에서 닮았다’며 만족을 표했다.

두 번째 난관은 영화화 현실의 ‘거리두기’에 실패한 데서 발생했다. 제피렐리 감독이 영화를 찍다가 그만 울음을 터뜨려버리는 일이 발생한 것. 그는 시도때도 없이 손수건을 꺼내들거나 아예 주연 아르당이 ‘나비부인’을 연기할 때는 소리내며 울어 스탭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눈물도 전염되는 지라, 아르당도 연기 도중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바다에 가세하기도 했다.

제피렐리가 칼라스를 처음 만난 것은 1948년. 연출가 겸 영화감독 루치노 비스콘티가 바그너 ‘파르지팔’을 로마 오페라 무대에 올릴 때 칼라스가 주연이었고 살바도르 달리가 무대감독, 제피렐리는 달리의 조수였다. “글세, 칼라스가 의상을 보더니 혐오스러운 옷이라며 모두 갈기갈기 찢어버리지 뭡니까. 밤새 옷을 다시 만드느라 고생들 했죠.”

제피렐리는 이 영화가 칼라스라는 20세기의 ‘문화적 아이콘’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보면 칼라스가 10달러(CD 평균가격)를 주고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이 믿을 수 없는 목소리 뒤에 어떤 ‘거인’이 숨어있는지, 영화를 보고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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