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알면 이긴다(16)]위암 "된장-우유 즐겨라"

  • 입력 2002년 4월 28일 17시 25분


위암은 지구촌 전체로 보면 두 번째, 한국에서는 제일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유럽에서는 1881년부터 위암 환자의 암 부위를 절제해서 암을 없애는 수술을 했지만, 그렇다고 당시 환자가 수술을 받아 완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30년 전까지 국내에서도 그랬다. 의사가 “당신은 위암”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곧 사망선고였다.

그러나 최근 위암은 불치병에서 치료 가능한 병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래서 발병률은 압도적으로 1위인 암이지만, 사망률은 최근 ‘지독한 암’인 폐암에 1위 자리를 넘겨줄 수 있게 됐다.

▽위암의 특징과 분류〓위암은 40∼60대에서 주로 생기지만 20대에서도 3% 정도 발병한다. 이 때문에 누구도 안심할 수 없으며 젊었을 때 걸릴수록 암의 진행이 빠르고 치유가 잘 안되는 경향이 있다. 위암은 남성이 여성보다 갑절 많이 생기는 암이기도 하다.

순 우리말로는 밥통인 위(胃)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쪽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하층 △장막층으로 이뤄져 있다. 조기위암은 암이 점막층이나 점막하층에 국한된 것을 가리키고 진행위암은 근육층 이상에 번졌을 때를 말한다.

또 암이 위벽을 어느 정도 침윤했는지, 암의 전이 여부 등에 따라 1∼4기까지 분류하는데 1기는 5년 생존율이 95% 이상이지만 2기는 70%, 3기는 30% 정도로 떨어지고 4기는 5%대로 격감한다. 따라서 조기진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위암의 75%는 위의 아래 3분의1 부위에서 발견되는데 최근 위 상부암이 증가하는 추세다. 상부 위암은 혹처럼 튀어나오는 암보다 위벽으로 스며드는 암이 많아서 조기발견이 어렵고 림프절에 잘 번지기 때문에 다른 암에 비해 근치적(根治的) 절제술이 어렵다.

▽기본적 치료는 수술〓위암을 완치하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은 암의 발생 및 침범 부위에 따라 위 전체를 절제하기도 하고, 75∼80%를 절제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수술도 위의 절제 부위를 줄이고 남은 위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등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량되고 있다. 또 아주 초기에 발견됐고 위의 점막층 표면에 있는 크기가 작은 암은 내시경으로도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최근엔 옛날처럼 수술 뒤 실로 꿰매지 않고 자동연결기로 마치 스테이플러(호치키스)처럼 찍어 남은 위와 식도나 장을 연결하고 뱃살도 연결한다. 또 메스로 모든 수술을 하지 않고 전기소작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이전 수술보다 출혈이 적다.

위암에 항암제가 잘 듣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의사가 많다. 그러나 ‘위암도 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암’이라는 것이 최근 의료계의 정설이다. 치료가 힘들 정도로 진행된 위암 환자에게 몇 가지 항암제를 함께 썼을 때 환자의 생명을 의미있게 연장시키고, 또 삶의 질을 뚜렷히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많은 의사들이 수술 뒤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항암제를 보조요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전체 위암의 0.1% 정도를 차지하는 ‘상부관기저암’(GIST)에는 백혈병 치료제로 잘 알려진 글리벡이 효과적이라고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 장기적 효과를 속단할 수 없다.

▽위암은 식생활과 관계 깊다〓위암은 순전히 선천적으로 유전자가 고장나서 생기는 경우는 0.3∼3.1%에 불과하고 대부분 음식 등 후천적 이유 때문에 생긴다.

여러 시험 결과 굽거나 훈제된 음식, 베이컨 등 가공육류, 소금에 절인 음식, 자극성이 강한 음식은 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위암 환자가 많은 것은 고기를 타도록 구워먹는 습관과 젓갈류를 즐기는 것과 관련이 있다.

반면 된장 인삼 우유는 위암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채소 과일 콩 육류 등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고기는 굽거나 소금에 절여서 먹지 말고 튀겨서 먹는 것이 위암 억제에는 좋다.

이밖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돼도 위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고 만성 위축 위염, 장 이형성 등의 질환도 위암의 원인이 된다. 흡연과 과음도 위암의 원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모든 것에 신경쓰고 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조기발견이라는 ‘2차 예방’이 중요하다. 위암은 윗배 불쾌감 또는 통증, 속쓰림, 소화불량, 구역질, 식욕 감퇴, 체중 감소, 변 습관 변화 등의 증세가 있지만 암의 초기단계에서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증세가 한 달 이상 계속되면 병원으로 가야하지만 증세가 없더라도 40세 이후에는 적어도 2년에 한번씩 위 내시경 검사 또는 위조영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도움말〓서울대의대 외과 양한광 교수)

▼日국립암센터 사노 다케시 박사

“위암은 일찍 진단할수록 득이 많습니다.”

25일 서울대 의대 외과학교실의 초청으로 내한한 일본 국립암센터병원 위암수술과장인 사노 다케시(佐野武·사진) 박사는 위암은 조기진단하면 완치가 가능한 병임을 강조했다.

사노 박사는 일본에서는 현재 위암 환자의 절반이 조기에 진단되며 암센터병원에서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30%는 개복 수술이 아니라 내시경 제거술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이것은 국민들이 1, 2년마다 한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것.

일본에서는 이에 따라 급격한 노년 인구의 증가에도 불과하고 위암 환자는 10만명 정도, 이로 인한 사망자수는 매년 4만5000명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위암은 암 가운데 발생률 1위, 사망률 2위의 암이다. 두 나라에서 위암이 똑같이 발병률 1위 암인 이유는 짠 음식과 관련이 있다. 사노 박사는 “수 십 년 동안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보유율에는 변화가 없지만 냉장고의 확산으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게 된 것이 암 발병률을 더 높이지 않는 이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본 의료계에서는 현재 위암 치료에 대해서 의사와 환자를 위한 지침을 별도로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한위암학회에서 지침을 만들고 있다.

사노 박사는 연간 200여명의 위암 환자를 수술해서 일본 내 최다 수술 기록을 갖고 있으며 서울대의대에서 특강을 한 뒤 25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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