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양고운 '환상의 絃' 빈을 사로잡다

  • 입력 2002년 4월 30일 18시 08분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부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악장)의 유려한 연주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세계 음악의 수도’ 빈의 음악애호가들을 매혹시켰다.

양씨는 29일(현지시간) 저녁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근거지로 유명한 ‘무지크페라인’ 연주회장 내 브람스홀에서 열린 빈 콘체르트페라인(빈 음악협회악단) 정기연주회에 협연자로 출연, 사라사테 ‘카르멘 환상곡’ 등을 협연해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양씨는 첫곡으로 연주한 생상스의 ‘로망스’부터 따스한 음색과 자유로운 속도 배분의 설계로 객석을 사로잡았으며, ‘카르멘 환상곡’은 중단없이 연주되는 곡인데도 불구하고 활발한 ‘하바네라’ 부분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 저절로 공감의 박수가 일어나 한참을 계속되기도 했다. 전곡 연주가 끝난 뒤 관객들은 박자를 일제히 맞추어 치는 ‘리듬박수’로 독주자를 세 번이나 무대위에 불러내며 열띤 호응을 보냈다.

지휘를 맡은 니콜라이 알렉세예프(에스토니아 국립 관현악단 음악감독)는 “양씨의 오늘 연주에서 특히 돋보인 것은 악상 표현의 ‘자유’였다. 그는 필요한 만큼의 자유를 누리면서 객석을 집중시키는 비상한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양씨가 협연한 빈 콘체르트페라인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쌍벽을 이루는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핵심단원들로 이루어진 악단. 현악합주에서부터 중소규모의 관현악까지 망라하는 이 악단의 정기연주회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와 함께 빈 무지크페라인홀을 수놓는 3대 시리즈 콘서트로 인기와 인정을 얻고 있다. 1987년 시작된 빈 콘체르트페라인 정기연주회에 한국인이 협연자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

최근 활동무대를 한국으로 옮긴 뒤 3중주단 ‘토너스 트리오’에 참여하고 부천 필하모닉 악장으로 취임한 양씨의 다양한 활동은 놀라울 정도다. 최근 열린 예술의 전당 2002 교향악 축제에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을 수원시향과 협연한 그는 6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곡가 윌리엄 월튼의 고향 첼튼햄에서 열리는 윌리암 월튼 축제에 특별 출연해 그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9월에는 빈 무지크페라인내 ‘황금의 홀’(빈 신년음악회 공연장소)에서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의 협주곡 중 1곡을 협연하는 등 유럽에서의 활동도 병행해 넓혀나갈 예정이다.

그는 “유학을 마친 뒤 고국에 정착한다고 해서 해외 활동을 접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국내와 해외무대를 넘나들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양씨는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과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수학했고 1998년 막스 로스탈 국제콩쿠르에서 1위 입상했다.

빈〓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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