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초중고 불법 찬조금 모금 물의

초등학생 학부모 A씨는 올해 어머니회 활동을 하면서 학교 측에서 요구하는 각종 찬조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씨는 “올해 학부모 회비로 15만원, 학급 물품비용으로 30만원을 냈다”며 “학교 행사 후 교사 회식비를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교사들의 목욕비 명목으로 10만원을 내라는 담임교사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초중고교가 규정에도 없는 찬조금을 요구해 학부모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이들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교사 회식비, 에어컨 설치비, 운동장 잔디 조성비 등의 명목으로 찬조금을 불법으로 끌어 모으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30일 새 학기 들어 전국에서 접수된 찬조금 불법모금 신고사례 30건을 공개하면서 성명을 통해 찬조금 불법모금을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참교육학부모회에 따르면 서울 M고는 지난해 학운위의 심의 없이 1, 2학년은 1인당 25만원, 3학년은 1인당 45만원씩 찬조금을 걷어 보충수업 교사 수고비, 교사 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뒤 사용명세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 E여고도 학운위 심의 없이 학급별로 100만원씩을 모금하고 학급별 학부모회 대의원에게는 별도로 1인당 30만원씩을 모금한 뒤 교실 내 에어컨 설치와 교사 회식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

서울 D중학교는 학부모회에서 학급별 에어컨 설치비용으로 2000만원을 모금하기로 했고 인천 M중학교는 학부모회 회비로 1인당 10만원을 모금하고 학부모 단체별 임원에게 1인당 50만원을 강제 모금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학운위의 의결을 거친 학교발전기금 외에는 어떤 목적으로도 학부모로부터 찬조금을 걷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학교발전기금도 일정액을 할당하거나 최저액을 정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박범이(朴範伊) 교육자치지원국장 “일부 학교에서 학부모봉사단체를 ‘돈 내는 모임’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은 만큼 불법찬조금 모금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