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일련의 살인사건을 예방하지 못한 것은 물론 범인을 제때에 검거하지 못해 제2, 제3의 범행을 가능하게 한 경찰에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경찰의 기강해이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살해범은 시신을 싣고 고속도로 등을 ‘활보’했으나 어느 곳에서도 경찰의 검문을 받지 않았다. 게다가 경찰은 민간경비업체 직원들이 격투 끝에 붙잡은 범인 가운데 1명을 놓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같은 날 경북 칠곡군에서는 공기총으로 위협하는 인질범에게 경찰 2명이 권총을 빼앗기고 스스로 수갑을 차는 코미디 같은 일까지 벌어졌다.
이팔호(李八浩) 경찰청장은 취임하면서 “경찰의 임무는 도둑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임무를 소홀히 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번 연쇄살인사건을 정신나간 20대 젊은이들의 광기와 기강이 풀어진 경찰이 어우러져 발생한 범죄로 치부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참극이 벌어지게 된 본질적 원인들을 찾아봐야 한다. 권력핵심부를 비롯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각종 비리가 이들을 범죄로 내몬 것은 아닌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배금주의와 한탕주의가 살인을 해서라도 카드빚을 갚을 돈을 구하면 된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 것은 아닌가.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마구잡이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무책임한 기업이 범죄를 부추긴 것은 아닌가.
‘막가파’식 범죄를 배양한 병든 사회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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