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씨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지난달 27일 밤, 경기 이천시 덕평수련원에서 열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뒤풀이에서 영화배우 문성근(文盛瑾)씨가 했다는 말이다. 그는 노사모 ‘실세’ 중 한 사람으로 노사모 상임고문을 거쳐 현재는 회원으로 있다. 50만∼100만부가 웬만한 신문사의 발행부수를 웃도는 양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신문사 두 곳을 문닫게 해야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문씨는 3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두 신문이 노 후보에게 보인 보도 행태에 대해 평소 생각을 밝힌 것이며 지금도 변함이 없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문씨가 그저 한 사람의 영화배우라면 언론에 대한 이 같은 ‘적대적 발언’은 그저 웃어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노무현씨가 여당의 대선주자로 확정된 상황이고 문씨는 그의 핵심 지원 세력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사모에서 노 후보가 ‘노짱’으로 불리듯 문씨는 ‘문짱’으로 불리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짱’은 최고라는 뜻의 속어.
그렇다면 문씨의 발언이 ‘메이저 언론 국유화’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노 후보의 언론관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문씨의 언론관은 ‘비판 언론’에 대해 적대적이라는 점에서 노 후보의 언론관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
문씨의 발언은 노사모를 비롯한 노 후보 진영의 언론관을 다시 한번 묻게 되는 계기가 됐다.
문씨의 발언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게시판에 “노사모가 홍위병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쯤에서 특정후보의 열렬 지지자인 문씨가 SBS TV 시사다큐프로인 ‘문성근의 다큐 세상,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승헌기자 문화부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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