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격라인엔 황선홍과 최용수 등 노장과 차두리 최태욱 이천수 등 신세대로 갖춰놓았다. 희망적인 인선이다.
이번 엔트리 발표와 관련, 86년 멕시코 90년 이탈리아 94년 미국월드컵에 직접 선수와 코치로 참가하면서 느낀 점중에 처음 월드컵 무대에 나가는 신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젊은 선수들은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의욕이 철철 넘친다. 상대를 만만하게 보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도 차있다. 그러나 막상 월드컵이란 무대에 서면 크게 위축돼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인다. 왜 그럴까. 월드컵을 과소평가한 탓이다.
월드컵이란 단순한 평가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평가전은 말그대로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테스트하는 장이다. 반면 월드컵은 각국이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는 꿈의 무대다. 어느 팀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 최상의 멤버를 내보내 자국의 위용을 과시하려 한다. 이 때문에 세계 정상급 팀들이 최상의 전력으로 나왔을 때 그동안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예들이 피부로 느끼는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지금은 내가 선수생활할 때나 코치로 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요즘엔 세계 수준의 팀들과 자주 평가전을 가져 신예들도 국제무대란 어떤 것인지 많이 적응한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월드컵이란 무대에 서면 맘대로 안된다. 그게 월드컵이다.
초보 배우가 처음 카메라앞에 섰을 때, 초보 골퍼가 처음 필드에 나갔을 때 느끼는 당혹감을 월드컵에서 똑같이 느낄 수 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결코 월드컵을 과소 평가해선 안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를 간파하고 정신적인 면과 심리적인 면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선수들도 자신감은 갖되 이미지 트레이닝 등을 통해 자신을 통제하는 훈련을 계속 해야 할 것이다. 홍명보와 황선홍 등 4회 연속 출전하는 형님들에게 경험담을 들려달라고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함께 훈련을 하고도 23명에 들지 못한 선수들도 희망을 잃지 말길 바란다. 대형선수들은 대부분 숱한 좌절과 고비를 딛고 일어섰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이번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길 바란다. 이번 고비를 넘지 못하면 영영 평범한 선수로 전락할 수도 있다. 주위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차세대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유망주인 이동국에게 다시 한번 충고한다. 절대 포기하면 안된다.
본보 축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