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혜분양 130명 누구인가

수감중인 김은성(金銀星)씨가 2심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 내용은 그가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책임자였던 만큼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 선고를 받은 김씨가 이 시기에 민감한 사실을 공개한 의도와 관계없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궁 정자지구 파크뷰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반 아파트 분양은 특혜분양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대학 입시 못지않게 세세한 절차가 법규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인데도 주상복합 아파트는 사업자가 임의로 수의계약 또는 선착순 분양할 수 있다. 파크뷰 아파트는 청약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었다. 이러한 법의 맹점을 이용해 소위 끗발 있는 공무원은 뒷문으로 들어가 새치기성 특혜를 챙긴 셈이 된다.

이 아파트의 사업시행자인 에이치원개발은 99년 5월 토지공사에서 상업용지를 사들여 3개월 뒤 성남시로부터 주상복합용지로 용도변경을 받았다. 당초 포스코개발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가 용도변경이 어렵다고 보고 해지한 땅을 중소 건설업체가 구입해 용도변경을 받아내 권력 실세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사업시행자가 고위 공직자들에게 특혜 분양을 했다면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떳떳하지 못한 사업의 방패막이로 이용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공직자 재산공개와 등록을 의무화한 공직자윤리법 취지에 따르더라도 이 아파트를 특혜분양받았던 고급공무원 판검사 국정원 간부 130여명의 명단과 자금 출처를 밝혀야 한다. 단순히 해약을 했는지, 아니면 제3자에게 금품을 받고 분양권을 넘겼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이 명단을 조사하다 보면 백궁 정자지구의 용도변경과 관련한 수수께끼가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정원이 당사자들에게 해약을 권유하는 통보를 했다면 그 기록이 어딘가에 반드시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기회에 특혜분양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공급 규정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