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알면 이긴다(17)]겨드랑이 붓고 체중줄면 악성림프종 의심

  • 입력 2002년 5월 5일 17시 56분


“투병 기간의 첫 4년은 희망이 보이질 않았다.”

미국 PGA투어에서 탄탄대로를 걷던 골프선수 폴 에이징어. 93년 느닷없이 암의 일종인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고 오랜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 PGA투어에 모습을 드러낸 에이징어는 보란듯이 우승을 거머쥐었고 팬들은 그의 재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암인 악성 림프종. 몸의 면역체계를 형성하는 림프계통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질환이다. 대체로 북미 유럽 호주 등 선진국에서 잘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 종양 전문가들은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고 말한다.

99년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암 환자 가운데 림프종으로 인한 사망률은 1.5% 정도. 1년에 암으로 숨지는 사람 6만명 가운데 900여명은 림프종 환자이고 암으로 인한 사망률 기준으로 10대 암에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는 ‘통계 부족’으로 림프종 환자의 증감 추이를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림프종 환자가 늘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림프절의 역할과 림프종의 증세〓림프계통은 혈관처럼 온몸에 퍼져 ‘면역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외부에서 세균이 침입했을 때 몸 속 장기로 곧바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세균은 림프절에서 막히게 되고 면역 세포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림프절이 붓게 된다. 감기를 심하게 앓을 때 편도선이 붓거나 사랑니를 뺏을 때 턱 부위가 심하게 부어오르는 것은 림프구와 같은 면역 세포의 숫자가 증가했다는 증거.

악성 림프종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면역 체계 내에 있는 림프구 자체가 암 세포로 바뀌어 무한증식하는 것. 목 부위나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에 있는 림프절이 특히 잘 붓는다. 또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지속되고 식은 땀이 나며 최근 6개월간 체중이 10% 이상 감소하면 악성 림프종을 의심해볼 수 있다.

림프절이 부어 병원을 찾은 사람 중 악성 림프종 환자는 1% 정도. 나머지는 알레르기나 감기 뒤끝 증상일 때가 많으므로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림프종의 종류와 치료법〓악성 림프종은 크게 호지킨과 비(非)호지킨 림프종으로 구별된다. 호지킨은 이 병을 처음 발견한 영국인 의사 토머스 호지킨의 이름을 딴 것.

호지킨 림프종은 몸의 한정된 부분에 나타나고 종양이 퍼지는 방향도 예측할 수 있어 비교적 치료하기 쉽다. 그러나 비호지킨 림프종은 온 몸에 나타나고 종양이 어디로 전이될지 예측하기 어려우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개월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때문에 치료법도 다르다. 호지킨 림프종은 방사선 치료와 함께 항암 화학요법이 사용된다. 그러나 전신에 퍼지는 비호지킨 림프종은 항암제 치료가 주된 치료법이고 한 달 간격으로 6개월 동안 항암제를 투여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 일단 호전되지만 이들 가운데에도 절반 정도는 재발돼 숨진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5년이 지나더라도 증세가 재발되지 않아 일반인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는 등 ‘완치’ 가능성이 다른 암에 비해 높다. 또 최근에는 조혈모세포이식이나 단세포군항체를 이용한 치료로 완치율이 더욱 향상되고 있다.

악성 림프종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발병에서부터 사망에 이르는 기간이 ‘수개월’이어서 정기 검진 등을 통해 조기 발견하기는 힘들다. 또 아직까지는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예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증세가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가 빠를수록 ‘완치’ 가능성이 높고 설령 암세포가 전이됐다고 하더라도 다른 암에 비해서는 치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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