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하철 귤현행 혹은 박촌행을 타고 임학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와 김포 방향으로 150~200m 걸어가면 롯데리아가 나온다. 롯데리아 앞 횡단보도에서 왼쪽으로 돌아 병방시장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대통나야’라는 녹색 간판이 보인다.
이 ‘대통나야’는 음식문화연구소(소장 양원식ㆍ서울 합정동ㆍ02-335-4588)가 개발한 프랜차이즈로, 재료 일부를 대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특이한 음식점. 벤처 붐을 타고 대통나야 삼겹살, 대통피자밥, 대통영양밥, 대통전골, 대통주, 죽엽주 등을 선보인 음식점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계양구 병방동의 ‘대통나야’ 2호점(032-551-7904)은 이상학씨가 운영한다. 대나무통 삼겹살 구이는 담양산 대나무통에 고기를 담아 300℃ 고온에서 짧은 시간 구워낸다. 조리기계에 장치된 원적외선 세라믹판에서 원적외선이 방사돼 고기가 익고, 대통에서 죽황과 죽력 성분이 고기에 녹아들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조합한다.
담양 죽세공품이 중국산에 밀려나 대(竹)로 깎은 효자손마저 중국산이라는 데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대는 충청도 목천 이북에서는 희귀해서 볼 수 없었다. 그러니 목천은 대밭의 남방한계선이 될 것이다. 난초를 잘 쳤던 대원군은 ‘팔역지’(八域志)에서 한수 이북은 돌, 이남은 난초라고 했지만, 거기에다 덧정인 남도정신을 얹는다면 대를 들어도 좋을 것 같다. ‘문을 열면 대가 있는데 방안을 들어서면 어찌 난초가 없겠는가’라고 하는 말은 남도의 예인들이 곧잘 쟁이정신을 두고 자랑하는 말이다. 대는 남도의 의리정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동학혁명 때 죽창이 빛났고 태평성대에는 대로 만든 대금, 중금, 소금의 3죽이 피리 소리로 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천에 대가 희귀함도 당연하다. 이 대를 이용해 찌거나 굽는 음식을 만들 줄 알았던 것은 벤처기업이 뜨고 나서부터다.
칸트는 기질을 일러 감성의 양식이고 성격은 사유의 양식이라 했지만, 대는 단연 의리정신과 선비정신을 표방하는 사군자 중 하나다. 중부 산악권 지대가 조릿대(山竹)밭이라면 남도의 평야권에서만 자란 대는 아열대성 식물이며, 이는 남도가 아열대성 기후대의 최남단에 놓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중고죽(雪中孤竹), 세한고절(歲寒孤節)인바, 대는 남도인의 심성에서 맛으로 승화되고 또 시를 통해 멋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도 있지만 봄이 가고 죽순이 밀고 올라오면 대밭 군락지는 그대로 남도의 밥상에 죽순 맛을 새로 첨가한다. 죽순우렁회, 죽순된장탕…. 그런데 대통나야 삼겹살, 대통피자밥이라니 퓨전시대에는 세계의 모든 음식이 종합됨을 실감나게 한다. 세계화로 나가는 길목에서 자칫 전통음식이 버릇없고 품위 없는 세계 시장에서 개차반으로 전락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1/4세대(쿼터세대)에게 김치버거가 인기 품목으로 둔갑하는 것을 보면 적이 안심이 되기는 한다.
대통나야 삼겹살은 오븐에서 기름기를 제거하여 내오는데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좋다. 한약재와 와인을 숙성시켜 냄새를 제거하기 때문이란다. 40여 가지나 조합된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며, 계절별로 야채를 준비해 주는 것도 이곳 2호점의 특징이다. 또 최근 어린이용인 대통피자밥과 대통영양밥의 가격도 낮추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고전했으나 지금은 자리가 잡힌 덕분이란다. 이상학씨는 KBS 라디오 기자 이성대씨의 동생으로, 창업 안내를 해준 형에게 고마워하는 마음도 퍽 극진하여 대쪽같이 곧은 심성의 소유자란 점에서 대통과 많이도 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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